산불에 사과·마늘·송이 주산지 흔들

2025-04-03 13:00:02 게재

전국 사과 재배면적 25% 차지 … 올해 과수 공급망 위협, 가격 상승 우려

한지형 마늘 주산지인 경북 의성 마늘밭이 타 들어갔다. 의성은 전국 최대 한지형 마늘 주산지로 연간 생산량이 9700톤에 달한다. 마늘 생산은 주로 논에서 이뤄지다 보니 산불 피해를 크게 입지는 않았지만 벌써 가격 폭등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농가는 지금까지 피해보다 앞으로 영농활동이 더 걱정이다.

경북지역은 대표적인 사과 생산지다. 이번 산불로 사과 재배면적의 3000㏊(3000만㎡)에 대한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전체 재배면적 3만4000㏊의 9% 정도다. 피해 신고 면적 중 불에 탄 면적은 제한적이고 열기로 인해 간접 피해를 입은 면적이 많아 개화가 이뤄지는 상황 이후 정확한 수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산불’이 영덕까지 번진 가운데 지난달 31일 영덕군 지품면 복곡리 한 과수원 사과나무가 불에 타거나 그을려 있다.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산불 피해가 있었던 경북 의성·안동·영덕·영양·청송 등은 전국 사과 재배 면적의 25%를 차지한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은 2일 “봄배추와 고추는 아직 본 밭에 옮겨심기 전”이라면서 “모종은 다른 지역에서도 공급할 수 있으니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늘은 주로 논에 심다 보니 산지와 떨어져 산불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북 영덕은 송이 최대 산지이기도 하다. 산불이 영덕지역 송이버섯 생산량의 60% 이상 차지하는 지품면 국사봉을 타고 넘었다. 이 때문에 송이가 자라는 환경이 파괴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파악된다. 영덕 송이의 지난해 생산량은 1만2178㎏이다. 송이는 산림청에서 예상 피해 규모를 산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은 11개 시·군에 번졌지만 농업분야 피해는 대부분 경북지역 5개 시·군에서 주로 발생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경북지역 농업 피해는 △농작물 1555㏊(과수 1490㏊, 기타 56㏊) △시설하우스 290동 △부대시설 958동 △농기계 2639대 △축사 71동 △돼지 2만4000두 △닭 5만2000수 △유통가공시설 7개소 등이다. 이중 과수 피해면적은 전체 과수원 면적이고 실제 피해는 지방자치단체 조사를 거쳐 확정된다.

정부는 농업인의 신속한 영농 재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농기계은행을 통해 농가에 무상 임대하고 부족한 농기계는 인접한 지역 임대사업소에서 보충한다. 비료·농약, 비닐, 호미·삽 등 농기구는 농협에서 피해지역 연간소요량 이상으로 확보해 농협을 통해 할인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 보유 볍씨를 무상 공급하고 과수 묘목은 묘목업체 등과 협의해 민간업체 보유분을 피해 농가에 우선 공급한다. 축산농가에도 사료구매자금(융자) 1100억원을 우선 배정했다. 피해 사료 전량을 교체하고 농가 당 최대 240포를 무상 지원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경북도와 의성군에 전방위적인 피해복구 지원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송 장관은 “의성과 청송은 과수 피해가 커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 등을 활용해 전소된 나무를 제거하고 새로운 묘목을 심는 것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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