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목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 'OECD 최저' 수준

2025-04-04 13:00:02 게재

높은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 둔화, 구조적 제약요인

민간소비 증가율, GDP 증가율의 74% 수준에 그쳐

KDB미래전략연구소 “성장 제약, 가계부채 감축 필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경제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인해 개선이 쉽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3일 한국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산은 조사월보’(우리나라 민간소비의 구조적 제약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2023년 기준 OECD 주요국의 명목 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을 보면 멕시코(69.8%), 미국(67.9%)은 70%에 근접할 만큼 높은 반면 한국은 49.9%로 가장 낮았다. OECD 평균(60.4%)과 비교해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GDP 대비 민간소비 지출 비중은 지난해 48.5%로 더 떨어졌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1~2019년 평균 2.52% 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및 회복 기간을 제외한 최근 7분기(지난해 4분기까지)는 평균 0.99%로 대폭 하락했다.

2001년부터 2024년까지 실질 GDP의 연평균 증가율은 3.46%, 실질 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2.57%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GDP 증가율의 74% 수준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단기 하락 요인으로 코로나19 이후 수입 물가 및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 물가가 지속적으로 목표 수준(2.0%)을 초과해 상승하며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대폭 상승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2021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도 민간소비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가 안정 및 금리 인하기 진입으로 단기 하락 요인이 점차 해소되면서 민간소비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조적 제약요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 △노후 대비용 저축 증가 등에 따른 평균 소비성향 하락 △높은 가계부채 수준 지속과 주택담보대출 비중 확대 추세에 다른 원리금 상환 부담 장기화 △경제 형편이 취약한 1인 가구 확대 △조세 및 사회보험 지출 비중 증가에 따른 가계의 소비 여력 감소 등을 꼽았다.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해 높은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이 감소하면서 민간소비 증가를 제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오랜 기간 가계 소비를 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전체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0%를 초과했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 아래로 내려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80%를 상회할 경우 성장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에 따른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 추세에 진입했고.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향후 잠재성장률 전망이 더욱 어두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확대도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 2023년 기준 1인 가구 소비지출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됐다. 1인 가구 비중은 2023년 35.5%까지 증가했다. 통계청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36년 40%를 돌파한 후 2050년에는 41.2%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이 낮고 자산 규모가 작으며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고 경제 형편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민간소비 회복을 구조적으로 제약할 가능성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제약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높은 가계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 수준으로 낮아지도록 가계부채 감축 노력과 1인 가구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의 성장 기여도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자본의 생산성 제고, 인적 자본의 질 향상 등을 통한 경제 전반의 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적극적인 출산율 확대 정책, 단기적 소비 진작 대책 보다 고용 확충 및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대를 통한 근로 소득 확대 등 장기적 관점에서의 가계소득 증대 방안 마련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민간소비의 장기적인 둔화 흐름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겠지만 둔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력들이 민간소비 둔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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