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투자 2.64조 부실 우려…손실 확대 추세
전체 투자 규모 55.8조, 북미 지역에 34.1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 시장 개선 지연”
올해 12조 만기도래, 2030년까지 42조 규모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손실 우려 규모가 2조6300억원으로 늘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손실 규모는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000억원 감소했다.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4조3000억원 중 2조6400억원(7.71%)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전분기 대비 400억원 증가했고,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14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금감원은 “EOD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EOD는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 또는 원금 미지급,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 조건 미달 등으로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EOD 사유가 발생하면 추후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자간 대출조건 조정, 만기연장, 대주 변경 등을 통해 EOD 사유를 해소할 수 있고, 자산매각시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의 투자 회수도 가능하다.
EOD가 발생한 사업장을 보면 복합시설 등(1조6000억원)이 규모가 가장 크고 오피스(7700억원), 주거용(2500억원), 호텔(200억원) 등의 순이다.

해외부동산 투자 지역을 보면 북미가 34조1000억원(61.1%)으로 가장 많고, 유럽 10조8000억원(19.4%), 아시아 3조8000억원(6.8%), 기타 및 복수지역 7조1000억원(12.7%)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부동산 투자 만기도래 분포를 보면 올해 안에 12조원(21.5%), 2026년 9조4000억원(16.9%), 2027~2028년까지 14조7000억원(26.4%), 2029~2030년까지 6조4000억원(11.5%), 2031년 이후 13조3000억원(23.8%)이다. 2030년까지 76.2%(42조5000억원)가 몰려 있다.
금융권별 투자현황을 보면 보험이30조4000억원(54.3%)으로 가장 많고, 은행 12조원(21.5%), 증권 7조7000억원(13.8%), 상호금융 3조6000억원(6.5%), 여신전문금융회사 2조원(3.6%), 저축은행 1000억원(0.2%) 순이다.
투자 규모가 큰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부동산 가격지수(Green Street 발표 CPPI)를 보면 미국은 2022년 155.0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2023년 121.5로 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은 125.5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유럽도 같은 기간 129.6에서 96.6으로 하락한 후 지난해 9월 99.3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통화정책 긴축 완화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 전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의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며 “특히 오피스 시장은 구조적 요인(유연근무 확산 등)과 맞물려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말 무디스(Moody’s CRE)가 집계한 미국 부동산 시장 공실률을 보면 오피스 20.1%, 산업시설 6.7%, 아파트 5.8%, 소매 10.3%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는 오피스 투자자산을 중심으로 손실 확대 가능성이 높으나, 투자 규모가 크지 않고 손실흡수능력도 충분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대체투자펀드 자산의 주기적 평가 및 외부 전문기관 평가 의무화 관련 시행령을 개정했고, 증권사·운용사의 대체투자 관련 리스크관리 모범규준도 개정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해외 대체투자 업무 제도개선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투자 관리 역량 확보 하에 해외 대체투자가 이뤄지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며 “특이동향이 발생했거나 익스포져가 크고 손실률이 높은 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도록 지도하고 적정한 손실 인식 등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