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에 자유무역 붕괴 우려 속 해양산업계 출로 모색

2025-04-04 13:00:03 게재

수산물 수출은 '트럼프 상호관세 충격' 환율로 일부 흡수 예상

해운은 USTR 중국선박 제재까지 겹쳐 해상무역 축소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막을 연 관세전쟁으로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의 수산물 수출과 해운 항만 등 해양산업계도 미국의 관세조치들과 중국 해운·조선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규제조치들이 가져올 파장을 분석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해양수산 관련 국내 유일한 정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1일에 이어 3일에도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에 대한 영향분석 보고서를 발행했다.

◆대미 수산물 수출 11.4% 감소 전망 = 해양수산개발원이 3일 발행한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수산물 수출 영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로 우리나라 수산물의 미국시장 수출은 11.4%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보편관세 10%를 부과하는 경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상품에 대해 동일한 관세가 부과돼 경합국과 경쟁에 변화가 생길 여지가 적고 이익이 줄어드는(추가된 관세를 수입업자 부담) 정도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지만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25%)로 보편관세 대비 15% 관세가 추가되면서 미국의 수입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하지만 환율효과, 경쟁국 상황 등을 반영하면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산식품 수출 총액 30억3000만달러 중 미국 수출은 15.8% 수준인 4억79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수출은 2023년 4억2800만달러에 비해 11.7%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은 김과 이빨고기로, 미국산과 경합 정도가 낮고 한인시장 등 차별화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와 중국이 미국 수산물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은 김 오징어 굴(가공) 등이다.

상호관세 부과로 한국 수산물의 대미 수출은 감소하지만 환율 효과까지 포함하면 대미 수출감소 폭은 11.4%가 아니라 3.8~5.3%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환율은 지난해보다 8~10%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상황이다. 상호관세 부과가 없었다면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더 좋아져 수출은 6.1~7.6% 증가할 수 있다.

미국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들 중 중국은 더 높은 상호관세(34%)가 부과돼 우리나라는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김 등은 미국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대체하는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 부과 전에는 한국 수산물 수출에 미칠 영향은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대응책을 모색하는 수준이었다. 세가지 시나리오는 △보편관세 부과 △중국산에 관세 부과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로 설정했다.

보편관세가 부과됐을 때는 관세 인상에 따른 미국내 수요 감소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전가가 완전하지 못할 경우 수출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이 중국산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때는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이 1.65~9.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산 수산물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한국 수산물 수출에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관세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수산물 시장에서 우리 수산물 수출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수산물시장에서 우리 수산물이 미국과 경쟁하는 품목은 명태 대구 등 일부 품목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직접 수출이 아닌 원물을 수입해 재수출하는 품목이고,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수입재수출 구조가 약화된 상황이라는 것이 반영됐다.

지난해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 수산박람회에 참여한 수협중앙회가 한국산 수산물 마케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수협중앙회 제공

◆세계 해상무역구조 충격 = 해운·항만은 세계 해상무역 구조가 변화할 것에 대응하는 게 시급하다.

미국의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세계 해운업계의 우려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이번 관세정책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와 함께 불공정 무역관행을 가진 것으로 간주된 약 60개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포함했다.

전 세계 상선대의 60%를 포함하는 발틱국제해사협의회(BIMCO)의 수석 애널리스트 닐스 라스무센은 이번 조치가 미국 수입의 약 80%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주요 교역국인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고 경고했다.

라스무센은 “해운 관점에서 볼 때, 컨테이너 부문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유조선 및 건화물 운송 상품은 대부분 관세 인상에서 제외됐지만 컨테이너로 운송되는 대부분의 상품이 추가 관세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시장이 즉각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머스크 대변인은 “미국 내에서는 관세 시행 전까지 항공 화물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객들이 보다 명확한 상황을 기다리는 동안 보세창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전미소매연맹(NRF)은 추가 비용이 결국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RF의 정부관계 담당 부사장 데이비드 프렌치는 “관세는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외국 정부나 공급업체가 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관세는 공급망 계획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플렉스포트(Flexport)의 최고 경영자 라이언 피터슨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공급망 결정에서 마비 상태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Moodys)의 공급망 산업 실무 리더 안드레이 퀸-바라바노프도 "미국 기업들이 국내 제조업 강화, 특히 최종 조립 부문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기존의 무역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피터슨에 따르면, 20년 전에는 미국 항구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 100개 중 80개가 화물을 실었지만 현재는 30%만이 화물을 실은 채 출발한다.

항만 부문도 도전에 직면했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카므란은 “관세 정책의 누적 효과가 미국의 수입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지속적인 감소는 미국 항만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가 화물을 취급하는 중소 지역 항만은 감소하는 선적 물량으로 인해 더욱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에 따르면 10%의 관세 인상만으로도 3년 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0.3% 감소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상승한다. 이번 관세는 예상했던 10% 보편관세를 초과해 경제적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발틱국제해사협의회 진단이다.

◆트럼프 1기 해상무역 변화 경험 =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해상무역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 세계는 경험했다.

해양수산개발원이 1일 발표한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의 해양수산업 영향 분석과 대응방안‘에 따르면 2018년 7월 미국이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본격화됐다. 중국은 공산품을 중심으로 주로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미국은 곡물과 에너지 자원을 중로 건화물선(벌크선)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한다.

이후 1년 반에 걸쳐 협상과 충돌이 반복됐고, 각국은 수출입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시장을 모색하는 등 세계 무역구조에 변화가 나타났다.

양국 무역전쟁은 미주항로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고, 중국 공장으로 향하던 중간재 물량도 줄였다.

중국 내 일부 제조시설은 탈중국화하며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이전해 동남아 수출은 증가하고 교역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산 농산물(대두)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25%) 이후 브라질이 최대 곡물 수출국으로 떠오르며 건화물 시장의 무역 흐름도 다시 짜였다. 중국의 보복관세로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비중은 60~65%에서 2018년 19.7%로 급감했다. 중국의 미국산 대부 수입량은 74.1% 줄어든 809만톤을 기록했고, 브라질산 대두 수입량은 27.4% 상승한 6701만톤에 달했다.

이런 경험으로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의 대 중국 선박 제재 방침에도 미국의 수출농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브라질산으로 대체하면서 브라질산 대두를 수입하던 다른 국가들은 미국산 대두로 수입처를 바꾸기도 했다.

트럼프 2기 미국의 관세전쟁도 세계 해상무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보편관세 10%가 부과되면 세계 해상무역 톤-마일(단위 물동량 운송거리)은 0.3~1.5%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때도 세계 해상무역 톤-마일은 0.1~0.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상 물동량 감소는 항만물동량 증가율도 떨어뜨린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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