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상호관세에 대한 도전과 응전

2025-04-04 13:00:02 게재

세계경제는 미국 대통령 한 사람의 관세 결정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거대한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키우는 각종 통상·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세계경제를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위안 삼을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 상호관세율이 25%로 비록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기준점은 마련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은 그간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25% 기준점에서 출발해 다양한 전략과 대응을 짤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에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최저 10%에서 최고 49%에 이르는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관세 불확실성 정점 지나 지금부터 대응 전략 짜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미국 해방의 날’로 칭하면서 현재 무역 상대국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는 미국의 관세율을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과 동등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상호관세 차트’를 치켜들고 각 나라의 관세율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모두를 고려한 조치(‘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한 미국에 대한 관세’)라고 이야기했지만 백악관 홈페이지에 뜬 상호관세율 표를 보면 기준은 딱 하나 ‘무역흑자’였다.

우리나라 대미 흑자액을 대미 수출액으로 나누면 대략 50%가 나오고 이를 감안해 25% 관세가 정해졌고,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이 46%여서 24%, 인도 52%에 26%, EU 39%에 20%, 베트남 90%에 45%, 타이완 64%에 32%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향후 각 나라들은 대미 흑자를 조정하는 전략을 짜는 방향성이 나올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 관세 우회로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 협정(USMCA)에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기존 25% 관세를 부과한 후 기간을 유예해주고 있었는데 이번 상호관세에서 제외됐다. 국경 불법 이민 문제와 펜타닐에 대한 약속을 얼마나 잘 준수하느냐에 따라 USMCA 준수 상품은 관세 0%, 미준수 상품 25%, 미준수 에너지는 10% 관세다.

국경·펜타닐 관련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 종료 이후에도 미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USMCA 기준을 적용하면 전체적으로 미국의 유효관세율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으로 가는 상품의 ‘우회수출로’가 된다. USMCA에 대한 트럼프의 우호적인 관세 발표에 그동안 강성기조를 유지하던 캐나다 온타리오 주지사 포드는 미국에 보복대응을 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미국이 관세를 통해 걷을 수 있는 수입으로 러트닉 상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무역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향후 10년에 걸쳐 6조달러(약 88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제시했는데 연간 관세 수입을 6000억달러라고 한다면 2024년 미국의 상품 수입액 기준 3.3조달러의 약 20% 수준이 된다. 20%를 상쇄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트럼프 지지율에 작은 균열이 일고 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1~2개월 간 미국소비자들은 사재기에 나설 것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미 수출국들의 수출은 폭증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 미국 소비는 정점을 찍은 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가 거론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트럼프의 지지율에 균열이 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관세 해방의 날’에 맞춰서 미 상원에서는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으로 캐나다에 대한 관세부과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가운데 4명의 ‘이탈자’(메인주의 수전 콜린스, 켄터키주의 랜드 폴과 미치 매코넬, 알래스카주의 리사 머코스키)가 나온 것이다.

미국 유명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기관 실버 블레틴의 4월 2일 조사에서 트럼프에 대한 부정의견이 50.1%로 긍정의견을 뒤짚는 등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3월 1일 위스콘신 대법관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지지한 후보가 민주당이 밀어준 후보에게 패했다.

3월 25일 열린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36구 특별선거에서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대승을 거둔 지역인데 이번엔 반대로 민주당이 1%p 차이로 신승을 했다.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것은 무려 136년만이라고 한다. 1월 28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상원 35구 특별선거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21% 차이로 큰 승리를 거둔 지역인데 이번에는 민주당 51.8%, 공화당 48.2%로 뒤짚어졌다. 댐의 붕괴는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안찬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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