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골검사에서 헌정사 두번째 파면 대통령
정치 입문하자마자 대통령 직행
낮은 지지율-김 여사 리스크 시달려
비상계엄 자충수 두며 스스로 나락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후 1060일 만에 중도 하차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 두번째 파면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검사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윤 전 대통령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정권과 불화하다가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강골 검사’ 이미지를 얻었다.
2016년 12월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팀’에 합류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직에 오르며 전성기를 보내던 그는 조 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시작으로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2021년 6월 29일 정치 입문 선언 후 불과 8개월 반이 지난 2022년 3월에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실 청사를 용산으로 옮기는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지였지만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중단, 25번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불통 대통령 이미지가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야당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재임 중 야당 대표와 딱 한 번 만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당과는 수직적 당정 관계를 유지하며 ‘윤심’의 향방에 따라 수차례 당대표가 바뀌는 이례적 역사가 쓰이기도 했다. 22대 총선을 치르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 명태균 의혹 등이 잇따르며 지지율이 더욱 추락했다. 급기야 비상계엄이라는 최악의 자충수를 두며 파국을 자초했고 재임 950일 만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탄핵심판에 최대한 조용히 임하며 국론 분열을 경계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극단적 여론전으로 맞서며 국론 분열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헌재 변론에 나가선 비상계엄에 대해 “두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호수 위 달그림자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 등의 어록을 만들어내며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였다고 강변했다. 야당의 줄탄핵이야말로 내란이라며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 또는 계몽령이라는 궤변으로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실제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보다도 더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겼다. 여론전 덕분인지 헌법재판소 선고기일 지정 직전에는 헌재 재판관들의 5(인용)대3(기각) 교착설까지 돌며 마치 윤 대통령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위헌성을 중대하다고 보고 윤 대통령을 대통령직에 돌아오지 못하게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