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6명 대선출마…행정공백 우려

2025-04-07 13:00:05 게재

홍준표 시장 이번주 사퇴 예고

대부분 직 유지하며 경선 도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선고로 조기대선이 현실화됐다. 여야 대선주자로 거론돼온 시·도지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전국 17명의 시·도지사들 가운데 6명이 대선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상태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제외한 다른 시·도지사들은 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행정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정치권과 시·도지사측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권한대행은 8일 국무회의에서 6월 3일을 대선일로 지정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야 정당들도 빠르게 대선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대선 출마의사를 밝혀온 시·도지사들도 탄핵 선고 직후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대선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가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가 대선 도전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국민의힘 4명, 민주당 2명 출마 채비 = 국민의힘에선 홍준표 시장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홍 시장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한번은 민심에서 졌고 두번째는 민심에서 이기고 당심에서 졌다”며 “이번에는 민심과 당심에서 모두 이겨 제7공화국 선진대국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30년 준비한 경륜과 국정철학으로 박근혜 탄핵 때처럼 패전처리 투수가 아닌 대한민국 구원투수가 되겠다”며 “마지막 꿈을 향해 25번째 이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11일 대구시장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사실상 출마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초일류 대한민국은 평등좌파들이 만들 수 없고 자유우파 지도자라야 가능하다”며 “자유우파의 힘으로 다시 대한민국 초일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저부터 온몸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출마권유가 많아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며 “경선 일정 등을 보고 출마 선언과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출마의사를 굳혔다. 유 시장은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개헌 동시 투표를 넘어 ‘대선 전 개헌’ 주장을 내놨다. 앞서 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개헌 논의를 주도해 왔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1번 공약을 정치개혁, 즉 개헌으로 삼은 셈이다. 유 시장은 오는 10일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반면 줄곧 유력 대선후보로 꼽혀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숨을 고르고 있는 모양새다. 하루에 대여섯번씩 내던 정치 관련 메시지를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일체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의 대선 출마는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탄핵 선고 뒤 지지자들 실망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한편 본인의 대선 출마를 위한 준비와 명분을 가다듬기 위한 ‘전략적 침묵’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에선 김동연 경기지사가 출마의사를 굳혔다. 그는 지난 4일 파면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야 한다”며 “저도 절박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김 지사는 빠르면 이번주 중 대선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김남수 전 정무수석 등이 외곽조직을 꾸려 경선을 준비해왔고 김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사람과 경제’ 포럼이 이달 중 발족할 예정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출마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어떤 분들이 경선에 나올 지 잘 지켜보고 도민들의 의견을 더 잘 듣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호남 대표 주자를 앞세워 대선 출마를 결심했던 김 지사는 지난달 23일 ‘대혁신 호남포럼’을 창립하는 등 대선 출마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탄핵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 1인 체제’가 더욱 굳어지자 신중모드로 바뀌었다. 김 지사는 7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을 방문한 뒤 오는 8일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구시, 1년 넘게 대행체제로 = 대통령 탄핵으로 보궐선거(조기 대선)가 치러질 경우 광역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기준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당내 경선 과정까지는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홍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지사들은 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 참모진들이 경선준비를 위해 사퇴하는 등 행정공백이 우려된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김 지사와 같은 민주당이 지난 4.2 재보선 결과 의회 다수당이 됐지만 이재명 대표와 경쟁하는 김 지사와 각을 세우며 주요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구시는 홍 시장 중도사퇴로 행정부시장 권한대행체제로 1년 넘게 운영된다. 경북도는 이철우 지사의 대선 출마로 최근 역대급 피해를 낸 산불피해복구 등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은 “단체장이 휴가를 내고 경선에 참여하고 시정 운영에 공백이 없도록 통상업무는 당연히 챙길 것”이라며 “타 지역방문 등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일정은 부단체장이 대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태영·김신일·이제형·최세호·방국진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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