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지도를 다시 그린다 ② 중원 개척자들에게 길을 물으니

3억5천만명 시장 잡으면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

2014-01-13 11:20:31 게재
주우한 총영사관은 중부지역 6개성 중 후베이성, 후난성, 허난성, 장시성 등 4개성을 관할하고 있다. 삼국지의 정수인 적벽대전, 영화 아바타의 촬영 배경지 장가계, 중국 무술의 요람인 소림사 모두가 관할 지역에 있다.

이들 4개성은 인구 2억7000만명으로 대규모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17년에 목표 GDP 규모가 약 14조7000억위안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는 지난해 2월 발표된 4개성 2013년 정부업무 보고시 관련 통계를 합산한 것이다. 4조7000억위안은 약 2조4000억달러로 2012년 세계 6위인 영국(2조4526억달러)에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 지방정부가 자신들의 성과를 과장하거나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는 점을 고려해도 경이로운 규모이다.

한국이 이들 4개성과 안후이성, 산시성 등 중부 6개성 3억5000만 시장을 공략할 경우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광섭 주우한총영사 = 한 총영사는 "한중관계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중부지역과 손잡아야 한다"며 "한중 교역 규모가 2000억달러에서 3000억달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인 중부지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이 수교한 1992년 한국의 1인당 GDP는 7527달러였고, 수교 13년 후인 2005년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5년 1인당 GDP는 1만6291달러였다. 7년 후인 2012년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12년 1인당 GDP는 2만3000달러대였다.

한중 교역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을 때 1인당 GDP는 1만달러를 넘었고, 2000억달러를 돌파했을 때 2만달러를 넘어서 있었다. 지난해 한중 정상은 FTA 체결을 통해 2015년 한중 무역액을 3000억달러로 3년 만에 50% 확대하기로 했다. 1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데 13년, 2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데 7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중 FTA라는 지렛대를 활용하면 3000억달러도 가능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1인당 GDP 3만달러 돌파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한 총영사에 따르면 한국과 중부 4개성의 교역규모가 100억달러에도 못미친다. 바닥 수준이다. 10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어려워도 1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로 되는 것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 총영사는 "정을 주지 않고 물건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며 "중부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나라 중 한국만큼 중국 철학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역사와 문화 유산이 풍부한 중부지역 주민들과 마음을 주고받다 보면 정과 함께 물건을 파는, 한 차원 높은 관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종윤 코트라 우한무역관장 = 이종윤 무역관장은 후베이성과 장시성을 담당하고 있다. 이 관장은 "이 지역은 저축보다는 소비성향이 강하다"며 "고급 외제차가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중부굴기에 따른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다 보니 소비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이 관장은 "기술적인 우위에 있는 제조업은 이를 활용해 공동 R&D를 하거나, 부품을 공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 부품업체가 중국 내 자동차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둥펑자동차그룹과 부품공급을 위한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둥펑그룹은 지난 1969년 중국 우한시에 설립된, 자산 총계 40조원에 직원 수가 16만명에 달하는 완성차 생산·판매업체다. 지난해 7월 코트라는 둥펑자동차그룹과 공동으로 우한 둥펑자동차그룹 R&D센터에서 한중 자동차업체간 부품교류회를 개최했다.

서비스업 등 소비재의 경우 성공 사례가 있지만 더 많은 도전이 필요해 보였다. 퓨전 돌솥비빔밥을 아이템으로?우한에서 창업한 '믹스 앤 라이스'는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매장을 7개 개설하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관장은 "값싼 임금을 보고 원부자재를 들여와 가공해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내수시장을 노리고 중국기업화 되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중한(우한)석유화학유한공사 부총경리 = 후베이성 우한시 중심부에서 30km 떨어진 우한화학공업구에 거대한 규모의 현대식 석유화학공장이 들어서 있다. 마치 울산의 석유화학공장을 보는 것 같다. 메인공장이 완공 되었지만 아직도 축구장 두개만한 공장부지가 군데군데 남아 있다.

SK종합화학은 지난해 6월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우한 에틸렌 합작법인 설립 계약(JVA)을 체결했다. SK그룹이 3조1000억원을 투입한 초대형 프로젝트지만 SK종합화학에서 파견한 간부는 3명뿐이다. 나머지는 단기파견자들이다. 이정훈 중한(우한)석유화학유한공사 부총경리는 20여년 동안 중국에서 경력을 쌓은 중국통이다.

이 부총경리가 내세우는 성과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원천 기술과 원료 없이 합작을 성사시킨 점이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기업 중 중국 에틸렌 사업에 진출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중국은 그동안 원유나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서구 메이저 회사와 중동 산유국 기업에 한해 에틸렌 합작사업 참여를 선별적으로 허용해왔다.




둘째는 SK주도로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분야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운스트림(DownStream)은 후가공(後加工)을 의미하며, 에틸렌을 원료로 플라스틱, 고무제품, 방직, 포장재료, 건축자재 등을 생산하는 수많은 기업이 필요하다. 이 부총경리는 "후베이성과 우한시 정부에서 울산공단 등 한국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업체들이 입주할 경우 각종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장광태 IBK기업은행 우한분행장 =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 10월 국내은행 최초로 후베이성 우한시에 중국내 7번째 영업점인 우한분행을 개설했다. 이는 우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국기업의 진출도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장광태 우한분행장은 중국에서 9년 이상 근무한 중국전문가이다. 우한은 한국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제대로 활동할 수가 없다. 한국기업이 많지 않아 설립초기영업기반이 취약하다는 판단 아래 후베이성 정부를 통해 우대지원 약속을 받아내었고, 5년 동안 영업장 임대료도 동결시켰다. 이러한 약속을 구두가 아닌 문서로 받아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중국에서 협상을 구두로 끝내면 큰 후유증이 발생한다. 나중에 실무진이 "들은 바 없다"고 하며 나오는 경우가 있다.

장 분행장은 중국인을 상대로 한 영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우량 중국기업 유치와 개인영업에도 힘써 현지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무의탁독거노인보호시설기관 방문, 아파트 주민을 상대로 칼갈이 봉사활동을 벌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장 분행장은 "정면 돌파보다 유연하게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마케팅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세진 한중국제교육원 원장 = 부산 동서대는 우한 재경정법대학과 함께 2011년 중앙 교육부 허가를 받아 한중국제교육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은 중국 내 최초의 한중 대학 간 공동합작 모델로 향후 양국 학술기관간 협력의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국제교육원의 탄생 배경에는 권세진 원장의 끈질긴 노력이 있다. 권 원장이 중국 교육부로부터 정식으로 4년제 대학 학력을 인정받고, 학생선발권과 학사 운영권을 받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권 원장은 베이징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영남대를 거쳐 동서대에 합류한 중국통이다.

동서대 장제국 총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7년 동안 대학 설립과 운영에 매진해온 권 원장의 헌신이 아시아권 대학 최초로 한중합작대학 설립을 가능하게 했다.

권 원장은 "합작대학을 기반으로 교육콘텐츠 수출은 물론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산학협력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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