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놓고 친한-친윤·대통령실 전면전
한 “특별감찰관은 대선공약 … ‘조건부 이행’ 당론 정한 적 없어”
대통령실 “당 정체성과 연관” 입장에 친한 “김 여사 정체성 뭐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빈손회동‘ 이후 여권 내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당대표 방침에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자 당대표가 재반박을 하는가 하면, 대통령실은 원내대표 입장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 한 대표와 친한계,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김건희 여사 해법‘으로 거론되는 특별감찰관을 놓고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지난 21일 윤·한 회동 직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여권 내분은 한주 내내 확전으로만 치달았다.
일단 당내 전선은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사이에 그어졌다. 한 대표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지 않은 특별감찰관 추진 방침(23일 확대당직자회의)을 밝히자 추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한 대표가 “(당 대표는)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한다”(24일 최고위원회의)고 반박했고 추 원내대표는 “노코멘트하겠다”며 즉각 응답을 피했다.
대신 친윤계가 대거 나서서 추 대표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국민의힘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김기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의 경험상 원내업무에 관하여는 원내대표에게 그 지휘권한과 책임이 있다”며 “당헌당규 어디에도 당대표가 원내대표를 지휘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1심 판결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라면서 “내부 패권 다툼은 해당 행위다. 우리 당 대표가 야당 대표로부터 응원 화이팅을 받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한 대표를 정조준했다.
전날에도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 연동은 우리 당론이고, 당론을 변경하려면 원내대표와 상의를 사전에 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독선이고 독단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친윤계의 공격이 거세지자 한 대표는 ’대선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을 제시했다. 한 대표는 25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해야 한다는 친윤계 등의 주장에 “특별감찰관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공약”이라며 “대선공약을 조건 달아 이행하지 말자는 우리 당 당론이 정해진 적 없다”고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한 대표는 “국민께 약속한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기본값‘”이라며 “우리 당 대선공약 실천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국민들께 국민과 약속한 공약 실천에 반대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 전선이 명확해지면서 당 일각에서는 특별감찰관 관련해 개최 예정인 의원총회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25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어느 누구도 표대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언론이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표결까지 가기 전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조만간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표대결까지 가게 되면 어느 쪽이 이기든 모두가 지는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와중에 대통령실은 추 원내대표와 친윤계 쪽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원내·원외 업무를 당대표가 총괄한다는 한 대표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25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당내 상황에 코멘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원내 사안이라는 추 원내대표 입장에 힘을 실은 셈이다.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연계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북한 인권문제는 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가벼운 사안인 것처럼 하면 안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친한계는 또 한번 반박에 나섰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같은 날 대통령실의 ’정체성‘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이 8년째 뭉개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계시키는 게 우리 당 정체성을 지키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밝힌 것을 겨냥해 “도대체 김건희 여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김 여사 측의 탁 전 비서관 연락)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