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한군 러 파병’ 부인 안해

2024-10-25 13:00:06 게재

“위성사진은 무언가 반영하는 것” … “북한과 뭘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을 지원할 병력을 파견했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북한군이 러시아를 지원할 병력을 파견했다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대신 북러 조약의 상호 군사원조 조항을 거론하면서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북한군 파병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스,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들이 한국 정보기관이 공개한 위성사진에 대해 묻자 “사진은 중요한 것이고, 만약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은 무엇인가를 반영한다”면서도 미국이 제기한 주장을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듯 했다”고 표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이날 오전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했고 이 조약에는 상호 군사원조 관련 조항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조항 4조에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 지도부가 이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의 북한 친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러조약 제4조는 한 국가가 “무력 침략”을 당할 경우, 다른 국가는 “보유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6일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쿠르스크주로 진격해 러시아 영토 일부를 장악한 것을 ‘침략’으로 보고, 이에 따른 조약상 의무로 북한이 파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의 러시아 배치가 군사적인 확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확대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다”라며 정색하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쿠데타’(친러시아 대통령을 몰아낸 유로마이단 혁명)가 확전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인들이 분쟁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 보도를 “가짜 뉴스” “허위 정보”라며 부인해왔다. 그러나 한국 국가정보원과 우크라이나 당국이 파병 정황을 지속해서 제시하고 미국도 전날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한다”고 발표한 이후 입장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

러시아는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체결한 북러조약을 발효하기 위한 비준 절차를 진행하며 북러관계를 ‘군사동맹’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을 위한 어떠한 평화협정도 고려할 준비가 됐지만, ‘현장의 현실’에 근거한 대화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군을 철수하고 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휴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그는 진심으로 말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누가 말했는지에 관계없이 그런 발언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미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당신을 때리겠다고 말했다’고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대화를 한 기억이 없다”며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선출된 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와 정상적 관계를 구축할 의향이 있다면 우리도 화답하겠지만,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며 “이는 미래의 미국 정부에 달렸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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