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경희궁자이' 1순위서 미달

2014-11-27 11:07:04 게재

할인분양 불가피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됐던 '경희궁자이'가 1순위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2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경희궁자이 1순위 청약 결과 8개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전용면적 60㎡미만인 소형과 101㎡ 이상 대형아파트는 1순위에서 마감됐다. 소형은 투자자, 10억원이 넘는 대형은 부유층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84㎡는 외면 받았다. 8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문제다. 고분양가 아파트의 경우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4㎡ 외면 = 경희궁자이는 4개블록, 2415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일반분양 물량은 1085가구로 특별공급을 제외한 1046가구에 대해 이날 청약접수가 시작됐다. 1순위 청약자는 3020명으로 전체 경쟁률은 2.88대 1이다.

전용면적 33~59㎡ 소형 아파트는 222가구 모집에 1386명이 신청했다. 6.24대 1이라는 평균경쟁률로 전량 1순위 마감했다. 38가구를 모집하는 3단지 59㎡A형은 848명이 신청해 평균 22.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00가구를 모집하는 101㎡ 이상 대형아파트도 평균 4.78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문제는 가장 물량이 많은 84㎡ 중형 아파트다. 724가구 모집에 1156명이 신청했다. 평균경쟁률은 1.59대 1이다. 하지만 10개 주택형 중 2개형만 1순위에서 마감했다. 84㎡E형의 경우 33가구를 모집하는데 7명만 신청했다.

GS건설 관계자는 "84㎡ 주택형의 경우 견본주택에 A·B형만 설치돼 다른 상품에는 관심이 덜 했던 것같다"며 "서울 강북지역에서 이 정도의 청약률이면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부담 커질듯 = 경희궁자이는 서울 도심에 위치해 뉴타운 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곳으로 꼽혔다. 하지만 턱없이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중소형의 경우 3.3㎡ 당 평균 2400만원을 넘어섰다.

경희궁자이는 돈의문뉴타운을 재개발한 것으로 애초 중대형으로 설계됐으나 중소형으로 바뀐 곳이다. 설계를 변경하면서 인허가를 다시 거쳐야 했고, 사업기간은 연장됐다. 결국 사업비가 늘어났고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사업초기부터 미분양을 우려한 시공사(GS건설)는 조합과 계약을 맺으면서 미분양 발생 시 할인분양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놨다. 분양개시후 3개월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을 경우 5%, 6개월이 지난 뒤에는 매달 2%씩 분양가를 낮추기로 했다. 실수요자라면 천천히 관망해 본 뒤 가격이 싸질 때 매입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3순위에서 청약자가 몰리고 계약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울 비수기가 바로 시작된다. 주택시장은 내년 설 이후(2월 말)에 움직이게 된다. 이 시기까지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지 못할 경우 할인된 금액은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간다. 조합원이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왕십리뉴타운2구역 역시 100%가 넘었던 비례율(사업이익률)이 70%대로 하락했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추가분담금이 1억3000만원에 달한다. 가재울뉴타운4구역 등 강북 뉴타운 구역은 추가분담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돈의문뉴타운에서도 '폭탄' 분담금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2008년 이전에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실시한 곳들은 한결같이 분양가가 비싸다"며 "서울에 유사 사업장이 많아 문제가 되는 곳에서는 조합원들이 급매물을 대량 내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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