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 ‘소통놀이 마을학교’

2015-01-07 11:41:34 게재

가깝고도 먼 가족, 소통놀이 통해 소중함 느껴요

마을학교는 마을의 어른과 아이들이 다양한 재능과 관심을 나누는 자유로운 배움터로 지역 주민이 주축이 돼 만든 학교다. 올해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 9개 자치구를 선정해 마을학교 운영비를 지원했다. 그 중 강서구에 있는 ‘소통놀이 마을학교’는 즐거운 배움과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곳이다. 수명산 작은 도서관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소통놀이 마을학교의 가족 연극 프로젝트 ‘발칙한 가족’ 수업현장을 찾았다.

가족 구성원 참여해 서로 이해하는 소통의 장
토요일 오전 10시, 내발산동 공공기숙사 지하 1층에 있는 수명산 작은 도서관에서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소통놀이 마을학교의 가족연극 프로젝트 ‘발칙한 가족’ 수강생들이다. ‘발칙한 가족’은 연극인을 강사로 초빙,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 일상에서 하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을 지도하고 있는 최치은 강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소속된 예술강사다. “발칙한 가족 프로그램은 갈등 해소가 필요하거나 소통을 해 보고자 하는 가족들이 참여했어요. 평소에는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상황극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모두 4가족이 참여한 이번 수업은 매주 토요일 오전 2시간씩 5주 동안 진행됐다. 서로에게 상처받았거나 고마웠던 기억 이야기해 보기, 필름을 가족 얼굴에 대고 매직으로 그리기, 속마음 써보기, 상대방 얼굴 자세히 들여다보기, 헤어질 때 안아주기 등을 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소통놀이 마을학교 최순임 총무는 “가족이 모두 함께 참여해야 하고 연극이라는 점 때문에 수강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여한 가족들은 이번 수업을 통해 의미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라고 설명한다. 수업 마지막에는 아이들이 눈을 감은 채로 부모님의 목소리만 들으면서 엄마아빠를 찾아가고 또 반대로 부모님이 눈을 감고 아이들의 목소리만 듣고 찾아가는 활동을 통해 가족을 향한 본능적인 애착을 느끼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눈을 감고 한 줄로 기차를 만들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지나다니는 기차놀이를 통해 시각이나 청각뿐 아니라 촉각이나 후각으로 서로를 느끼는 활동도 했다. 가족에게 간식이나 과일을 줄 때 아무렇게나 주는 것이 아니라 예쁜 그릇에 담아 대접하는 행동으로도 가족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기를 수 있다는 최 강사의 말처럼 가장 가깝지만 가장 소홀히 대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 미니인터뷰 >
소통놀이 마을학교 김현주 교장
주부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마을학교, 소통놀이로 하나돼요

소통놀이 마을학교는 수명초 엄마들의 독서모임이 마을학교로 발전된 경우입니다. 엄마들끼리 모여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도 읽어주던 독서모임이 등빛도서관 ‘아낌없이 주는 책나무’ 수업으로 진화했죠. 저희 마을학교는 주부들이 주축이 돼 만든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어요. ‘소통놀이’라는 말처럼 획일적인 학습에서 벗어나 문화예술 체험 활동위주로 서로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랍니다. 엄마들이 재능기부를 하는 강사들이라 프로그램을 10개나 진행하고 있어요.

최치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가족을 진정 배려하고 이해하는지 되돌아 볼 필요 있어

연극을 전공해 연극무대에 섰고 지금은 청소년 연극연출을 하고 있어요. 연극이란 요소를 가족 소통과 심리치유에 가미해 여러 기관에서 강의를 합니다. 실제 수업을 해 보면 가족 간 소통이 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가족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이지만 내가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선영 & 최예슬 모녀 (강서구 염창동)
아이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초등 2학년과 7세 딸을 둔 엄마에요. 어릴 때부터 엄하게 교육해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어요. 아이나 아빠가 평소에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됐고 아이들의 속마음도 좀 더 이해하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효숙 수강생 (강서구 가양동)
가족끼리 소통이 더 중요하고 필요해요

평소에 저희 가족이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느껴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외향적이고 남편은 내성적인 편이라 서로 보완이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저의 외향적인 장점을 가족에게는 전혀 발휘하지 않고 있더군요. 가족은 당연한 관계라 특별히 소통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반성했고 가족끼리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이번 수업으로 가족들의 속내를 알게 되고 서로 숨기지 않고 대화함으로써 쌓였던 상처를 치유하게 됐어요. 가족만의 인사법이나 헤어질 때 안아주기 같은 숙제는 꼭 실천해 볼 생각입니다.

정대훈 수강생 (강서구 내발산동)
객관적인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어요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어 참여했어요. 제가 나름 괜찮은 아빠이고 남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객관적인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정홍수 학생 (수명초 3학년)
평소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 놓았어요

가족연극 프로그램이라 처음에 부담을 느꼈는데 계속 참여하다 보니 엄마아빠 뿐 아니라 제 자신도 이해하게 됐어요. 평소에 말하기 힘들었던 속마음을 엄마아빠한테 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참여할 수 있는 소통놀이 마을학교 프로그램>
- 성인대상
영어그림책, 어떻게 놀아줄까?       화 오전 10시 ~ 12시    2015년 1월 13일 ~ 2월 10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애니어그램  금 오전 10시30분 ~ 12시 2015년 1월 9일 ~ 2월 13일

- 6세 ~ 초등대상
엄마, 우리 그림책 만들어 볼까?  금 오후 3시30분 ~ 5시     2015년 1월 9일 ~ 2월 6일
생각을 깨우는 엽기과학          목 오전 10시30분 ~ 12시  2015년 1월 8일 ~ 29일
문의 소통놀이 마을학교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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