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푸젠성 근무 17년간 대만업무 관여

2015-02-09 14:09:58 게재

대만서 외자유치 큰 성과 … 양안관계 냉·온탕 모두 경험한 대만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전문가이다. 17년 동안 대만을 바라보며 외자유치와 양안(兩岸)관계에 관여했다.

푸젠(福建)성은 대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푸젠성 사람들이 대만으로 이주해 대만에 민난(푸젠성)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푸젠성 샤먼(廈門)과 대만의 진먼(金門)섬은 불과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진먼섬은 북한 서해 접경지대에 있는 서해 5도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1958년 8월 23일 중국은 샤먼에서 진먼섬에 2시간 동안 무려 4만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연상할 수 있지만 차원이 달랐다. 이후에도 포격은 계속되다가 1979년 미중 수교로 중단될 때까지 21년 동안 대치했다.


중국이 최초로 만든 경제특구에 푸젠성 샤먼을 포함시킨 것은 대만자본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시 주석은 1985년 샤먼시 부시장으로 업무를 시작해 닝더지구 당서기(1988), 푸저우시 당서기(1990), 푸젠성 당부서기(1999), 푸젠성장(2000)을 역임하는 등 17년 동안 일했다.

시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으로 있을 때 양안은 왕래가 전면적으로 금지돼 있었고, 1987년 비로소 계엄해제와 친지방문이 이루어져 간접 무역과 투자만이 가능했다.

시 주석이 대만에서 외자유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인 시기는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이다. 1992년 11월 홍콩에서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一中各表)하기로 합의했다. '92컨센서스(92공식·九二共識)'는 '하나의 중국'에 대해 양측이 합의한 기본 원칙이다.

푸저우에서 딸 시밍쩌를 자전거에 태우고 행복해하는 모습.
푸저우 당서기를 맡은 시 주석은 재빨리 움직여 대만자본 유치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두고 현장을 방문한 장쩌민 당시 주석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푸저우에서 원스톱 서비스 체제(馬上就辦·즉시 처리한다)를 도입하는 등 행정개혁을 우선 실시한 뒤 대만과 화교자본 유치에 나섰다.

그가 푸저우에서 정무를 주관할 때 국가급의 대만기업투자구, 대만공업촌 등을 설립해 대만자본인 '둥난자동차' '관제전자' '중화브라운관' 등의 대기업을 유치했다. 이 때 화교의 힘을 충분히 활용했다. 해외에서 성공한 푸저우 출신 화교들을 찾아가 고향을 도와달라고 호소해 중국 최초의 화교자본 경제기술개발구를 설립했다. 나아가 중국 최초로 화교의 이름을 딴 공업구도 만들었는데, 큰 반발이 있었지만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발휘했다.

1999년 푸젠성장 대리로 임명된 후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이 타이완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규정한 양국론(兩國論)을 설파하고 중국이 무력사용 불사를 시사하면서 양안관계가 크게 경색됐다.

2000년 천수이볜(陳水扁) 집권 후 대만해협 양쪽에는 각각 별개의 국가가 있다는 일변일국(一邊一國)론을 주장해 양안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당시 중국이 푸젠성에 예비역 고사포부대 훈련센터를 설치했을 때 시 주석은 제1정치위원을 맡아 군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국방 건설을 지지하는 것이 곧 경제발전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당선돼 양안관계 개선에 물꼬를 튼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2012년 1월 연임에 성공했고, 11월에는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취임하면서 중국과 대만은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차이완'으로 불리는 양안 경제도 더욱 견고해지고 있으며 지난해 2월 65년 만에 첫 장관급 회담이 개최됐고, 11월 롄잔(連戰) 중국 국민당 명예주석이 방중해 시진핑 주석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해 '11·29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참패하면서 마잉주 총통의 친중 노선에 제동이 걸리고 차기 총통 선거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시 주석은 청춘시절을 푸젠성에서 보내며 대만에서 외자유치에 큰 성과를 거두었고, 양안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최전방에 있었다. 대만과 관계에서 냉·온탕을 모두 경험한 시 주석이 재임기간 동안 양안의 정치적 긴장완화와 경제 협력을 어느 수준까지 진전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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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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