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년 3개월 대장정을 마치며

2015-02-09 14:14:33 게재
1년 3개월 만에 중국 시장에 대한 측량(測量 survey)을 끝냈다.

지난 2013년 10월 28일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중국 권역별 취재는 2014년 화남, 화동, 환발해만, 동북3성, 서북3성, 중부지역에 이어 2015년 1월 홍콩, 대만으로 이어졌다. 신장위그루족자치구, 시장장족자치구 등 몇 개 성을 제외한 전 중국이 취재 대상이었다.

1934년부터 1935년 동안 진행된 중국의 대장정보다 더 긴 시간 더 많은 지역을 섭렵했다. 거미줄 같은 중국의 항공망과 2시간 안팎이면 도착하도록 설계된 사통팔달의 고속철 덕분이었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이었지만 외교관들과 코트라(KOTRA) 무역관 직원들, 한·중 기업인들, 한인회 관계자들 덕분에 중국의 속살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역시 차이나(China)는 차이나(差·異·那)였다. 22개의 성과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 2개의 특별행정구역으로 이루어진 33개 성급 행정단위가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어 중국을 하나의 단일체로 인식(China as a monolith)할 수 없었다.

한 권역을 취재하면 그곳의 장점에 푹 빠지곤 했다. 하지만 전체 중국을 동일한 잣대로 측량하고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런 장점도 비교우위가 얼마나 되느냐를 따져야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래를 향한 경제 전략과 과거를 통한 정치안보 전략을 교차시켜 바라보려는 안목과 경제나 정치, 외교를 하나만 보지 않고 컨버전스(Convergence)해 나가야 중국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압축 성장을 통해 TV시대에서 비디오시대를 건너뛰어 곧장 DVD시대로 진입하듯 중국은 가는 곳마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설렘을 갖고 간 출장에서 걱정만 잔뜩 안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100년의 계획을 짜고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차곡차곡 쌓아가는 끈질김과 집요함, 대범함과 치밀함이 중국인들 DNA 속에 잘 녹아 있었다.

마지막 여정인 홍콩과 대만을 취재하면서 3~5년 후 한국을 생각하게 된다. 홍콩의 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중국에게 홍콩은 '온리원(only one)'이 아니라 그냥 '원오브뎀(one of them)'일 뿐이다. 이제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선전시 부자들은 홍콩인들이 찾는 식당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만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양안 관계는 급속한 통합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야당인 민진당이 집권해도 '대만 독립'을 함부로 꺼내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중 FTA 발효 뒤 3~5년 후 한국경제는 중국과 더욱 긴밀해져 홍콩이나 대만처럼 될 수도 있다. 이 때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표면화되기라도 하면 중국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중국 때문에 밥 먹고 사는 주제에 왜 그렇게 말들이 많아?" 국내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반중국(反中國), 지중국(知中國), 친중국(親中國)파로 갈라져 반목·갈등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제갈공명과 주유 사이를 오가며 천하삼분지계를 주도한 오나라 외교관 노숙의 말을 생각하게 된다. "친구이기만 한 관계, 적이기만 한 관계는 너무 쉽다. 친구인 동시에 적인 관계가 정말 어려운 관계이다."

1800년 전에 이미 국제정치의 기본인 밸런스 오브 파워(Balance of power)를 간파한 노숙의 이 말에 길이 있는 건 아닐까?

[관련기사]
- [중국시장 지도를 다시 그린다 | 23 제3의 국공합작 '차이완'으로 한국 추격 중인 대만] 갤럭시 추월한 샤오미는 대만 IT기술력과 중국의 합작품
- 시진핑, 푸젠성 근무 17년간 대만업무 관여


[중국시장 지도를 다시 그린다] 연재 보기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