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한 우리 동네 열린 카페
커피만 팔지 않아요~ 지역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커피숍은 이제 한집 건너 한 개씩 보일 정도로 많다. 바리스타도 넘쳐난다. 커피가 맛있는 집이라고만 소개하기에는 매력이 부족하다. 이제 카페는 진화하고 있다. 동네에서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열린 카페들을 찾아가 보았다.
뜨끈 뜬끈 동네 사랑방
신정동 ‘카페 P'
설설 끓는 아랫목은 주택안방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카페 P'에는 엉덩이 지지는 온돌이 깔린 좌석이 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엉덩이를 뜨끈하게 지지면서 차 마시며 옹기종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한겨울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공간이 사랑받는 이유는 모여앉아 뜨개질 같은 취미활동이나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와서 공부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카페P는 바로 옆에 위치한 23년 전통을 자랑하는 페이펄 문구에서 만든 카페다. 그래서 문구를 이용하러 온 학부모나 학생 손님들이 많다. 카페 바로 옆에는 ’모이노니‘ 커뮤니티 룸이 있어 초중고학생들의 경우 무료로, 성인의 경우 2000원을 받고 룸에서 동아리 모임 등을 할 수 있다. 카페P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카페에서 수익을 창출할 목적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됐다. 지난 연말엔 모이노니 커뮤니티 룸에서 나온 수익금을 동 주민센터와 의논, 지역의 불우아동시설에 지원했다.
카페P는 페이펄 문구와 연계해 홈&라이프 트렌드를 주제로 리빙 크래프트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모든 강좌가 일주일 안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문구와 관련된 전시나 강좌는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작품 활동이나 전시, 음악 공연. 문화강좌 등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사랑방이 되기를 희망한다.
페이펄문구 구매고객들은 구매금액대별로 할인혜택을 주고 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 4인 이상 주문시 모든 음료를 50%로 할인해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되고 싶은~~
목동역 ‘카페 쿰’
카페 쿰은 문안에 들어서자마자 그 분위기에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곳이다. 잔잔한 음악은 감성을 자극하고 카페 안을 꽉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는 책장에는 책들이 빼곡하다. 예전 책들도 있지만 신간들도 눈에 띄어 손이 저절로 간다. 카페 쿰은 여럿이 가서 사진을 찍고 밀린 이야기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지만 노트북 들고 가 혼자 공부하고 오기에도 좋다. 앉은 자리마다 스탠드가 있고 전자 기기를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카페 쿰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또 다른 것은 카페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전시품들이다. 카페 한 쪽 공간에 프리마켓을 열어 작은 인형 피규어부터 문구, 소이캔들, 열쇠고리, 수첩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만 하는 것이 있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카페 주인장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를 원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센스 있게 전시해 두었다. 그림이나 사진 전시도 카페 분위기나 취지에 맞는다면 대관을 하고 있어 카페 손님이나 작가들의 반응이 뜨겁다. 차차 음악 공연을 해 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카페 직원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어 커피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직원들이 직접 모과, 홍매실, 레몬, 자몽 등 다양한 수제 과실차를 만들어 두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모임을 위한 공간
목동 ‘쉬라이크스 커피’
쉬라이크스 커피는 전시, 방송, 강연, 스터디 등 다양한 모임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모임공간을 위한 대관 카페로 처음부터 만들어졌다. 카페의 1층은 소모임이나 혼자 온 고객들이 앉을 만한 공간이며, 2층은 무대가 마련돼 있고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적당하다. 카페가 생긴 지는 3년 됐는데, 그 동안 연예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와의 시간, NGO단체의 세미나 등 다양한 모임들이 있었다고 한다. 중고등학생들의 모임인 경우 1인당 차 한 잔 가격으로 저렴하게 대관을 해주고 있다.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 프리마켓은 자주 열리는데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는 단체일 경우 할인금액을 적용해 보탬이 되고자 한다. 최근엔 독서모임 관련 문의가 많이 온다고 한다. 카페 1층 책꽂이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는데 일정한 보증금을 내고 책을 대여해 갔다가 읽고 난 후 반납하면 대여금을 돌려준다.
카페 주인장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쉬라이크스 매거진’을 만들고 있다. 지역 소식과 지역주민들이 알아두어야 할 정보들을 모아 읽기 편하게 한 장짜리 소식지를 만들어 카페에 오는 손님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작은 시작이지만 이런 활동들이 모여 지역주민들이 좀 더 찾아와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우리 동네 문화발전소
목2동 ‘숙영원’
숙영원은 2010년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 네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카페다. ‘지구의 온도는 1℃ 낮추고 사람의 온도는 1℃ 올리는 실천을, 예술을 통해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는 철학을 나누며 이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려 하는 카페다.
카페는 공방 같은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 카페 안에서 공방 체험이 자주 이뤄지고 있다. 카페 맞은편 골목 안에 모여 있는 목공방이나 바느질공방 등과 공간을 공유해 카페 안에서도 공방수업이 이뤄진다. 비정기적으로 인문학 강좌나 아트마켓, 벼룩시장이 열리고 지역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정을 나눈다.
소소하게 정만 나누는 곳이 아니라 2011년 ‘모기동 마을축제’를 열면서 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됐다. 지난해 4회를 맞은 가을 마을축제는 내용이 더 풍성해졌고 더 많은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신명나는 마을잔치로 거듭났다.
숙영원에서는 한 달에 한번씩 ‘이야기하는 마을 극장’이라는 행사를 연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이슈가 되는 영화나 환경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참가비는 5000원~1만원 정도다. 2주에 한번 씩 진행되는 독서스터디에서는 관심 있는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다.
숙영원은 늘 주민들이 모여 함께 의논하고 먹고 논다. 그러다보니 창의적인 지역주민들을 위한 아이디어가 샘솟아난다. 올해 가을 열리게 될 제 5회 ‘모기동 마을축제’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