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상지대 법인 상지학원에 김문기 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사학비리로 학교서 퇴출됐던 김씨가 총장으로 복귀하면서 극심한 분규를 겪어온 상지대가 안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학내·외에서는 교육부가 김씨측이 선임한 이사 5명의 취임을 승인해 준 것은 '반쪽짜리 해법'이라고 비판한다. 김씨가 배후에서 학교를 지배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10일 "지난해 11월 실시한 상지대 특별종합감사 결과를 상지대 측에 통보했다"며 "김문기 총장에 대한 3가지 법령 위반사항을 감사처분 결과에 적시해 총장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4~12월 11일 사이에 상지대와 상지학원을 대상으로 특별종합감사를 실시해 부당·비위행위 33건을 적발, 김씨 등 9명의 징계를 요구했으며 경고 100여명, 행정·재정조처 10여건 등의 처분을 내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김씨 해임 사유는 총장 관사 용도로 교비에서 매입한 아파트를 부속 병원장에게 무상 사용토록 한 점, 학생들의 수업 거부에 따른 보강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 총장 부속실 직원을 채용하면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점 등이다.

교육부는 또 임기가 끝난 김길남·변석조·한이헌·이영수씨 등 4명의 임원 취임(연임) 승인 신청도 반려했다. 이들은 2010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으로 상지대 이사가 된 뒤 교육부·구성원 추천 이사들과 '임원 간 분쟁'을 빚었던 당사자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김씨의 아들인 김길남씨가 3월 이사장직에 오른 후 김문기씨를 총장에 선임하고, 대법원 판결과 달리 김씨를 설립자로 정관을 개정했다. 교육부가 김길남씨의 연임을 승인하지 않은 데다, 김씨까지 총장에서 해임되면 김씨 일가는 일단 학교 운영서 손을 떼는 셈이 된다.

그러나 상지대 학내·외에서는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국회, 학내 구성원, 시민단체 등의 '임시이사 파견'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김씨측이 미리 선임해 놓은 5명의 이사 취임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즉, 해임 후에도 김씨는 자신의 영향권이 미치는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학교 운영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 것이다.

상지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는 "김 총장을 해임시키는 대신 김 총장의 지배를 받는 이사회를 인정하는 타협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김길남씨 등이 학생 기숙사 신축 위치를 변경하도록 해 2012년 교비 4억여원으로 작성한 설계도면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등 학교에 손실을 끼친 사실을 확인하고도 임기 만료 또는 사임했다는 이유로 불문에 붙여 김시측 인사들이 이사로 취임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는 "교육부가 봐주기식 감사를 했다"며 "김씨의 총장 해임이 현실화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그가 추천한 이사들이 김씨의 총장직 해임을 의결할지도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야당 의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 총장 1인에 대한 해임 요구로는 상지대 정상화가 어렵다"며 임시이사 파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