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경로 이탈한 한국경제 (2)

정부·한은 '심리적 저지선' 안간힘

2015-04-09 11:31:03 게재

사상최저로 기준금리 인하, 재정 조기 집행 … 단기부양책 비판, '재정절벽' 우려는 여전

3%성장률이 심리적 저지선처럼 여겨지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어떻게든 이 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달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결정,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증액, 재정 조기집행 등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구조개혁 없는 '단기부양책' 동원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세수결손 등으로 인한 재정절벽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은 한계다.

◆정부, 소비·투자를 자극하라 =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소비와 투자를 자극할 수 있는 온갖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0일 내놓은 '유효수요 증대 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예산 3조원을 추가로 조기 집행하고, 연내에 7조원의 민관투자를 확대하는 등 10조원 규모를 경기부양에 쏟을 방침이다.

지난해 말 경기부양 기조의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은 지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또한번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 정부의 최근 경기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줬다.

우선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인건비·기본경비·내부거래 등을 제외한 집행관리 대상사업 예산의 상반기 조기집행액을 2조원 정도 증액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집행관리 대상사업 예산(313조 3000억원)에서 상반기 조기집행 목표액은 183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조기집행률 목표치도 58.0%에서 58.6%로 올라갔다.

아울러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운용 중인 46조원 정책 패키지의 잔여분 가운데 상반기 집행액을 5조5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확대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상반기에 추가로 조기 집행되는 예산은 3조1000억원에 이른다.

'포퓰리즘' 비판을 무릅쓰고 최근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대책도 소비심리 진작 대책의 일환이다. 연말정산 논란이 안 그래도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 파격적인 돈 풀기 … 중견기업까지 지원 = 한국은행도 3% 성장률 사수와 경기 살리기 선봉에 섰다.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8개월 동안 3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현재 기준금리(1.75%)는 사상 최저치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도 파격적으로 늘렸다. 12조원이었던 한도액을 지난해 7월 15조원으로 늘린 데 이어 8개월 만에 20조원까지 높였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보수적으로 운용해왔던 기존 한은의 입장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일부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금리도 0.25%p 인하한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연 0.5~1%의 저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특히 금융중개지원대출 대상에 중견기업까지 포함시키면서 이번 한도 증액이 경기 부양용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 단기 부양책 효과 놓고 이견 = 문제는 이런 전방위 대책의 효과가 얼마나 클 것이냐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성장률을 소폭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물론이고 정부정책에 대한 의존으로 성장잠재력이 오히려 저해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세수결손에 따른 정부의 재정집행률이 떨어지며 급작스레 성장률이 하락하는 쇼크가 발생한 것도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정부 내에서도 단기 부양책은 이제 그만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IMF 위기처럼 극심한 단기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한다"며 "그 대신 장기적 시야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에서 국가재정을 동원해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성장효과도 없이 재정건전성만 해칠 뿐이라는 경고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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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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