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100페이지에 옮긴 300년의 경제사상사
"경제사상사를 다룬 책으로 이렇게 짧은 책은 드물지만, 자본주의가 모습을 드러낸 지난 3백여 년의 역사를 인간이 파악한 인식의 진화과정을 통해 간명하고도 효과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신간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를 추천한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추천사 첫 문장은 이 책의 미덕을 가장 잘 요약해 놓았다.
홍 소장 말처럼 이 책은 고작 10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애덤 스미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칼 마르스크, 칼 폴라니 등 핵심적인 경제사상가들의 사상을 옮겨 놓았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풀려면 한없이 풀 수 있는 내용일 텐데도 저자는 현명하게도 간명하게, 함축적으로, 그리고 힘있게 서술해 독자들을 경제학자들이 본 세상에 부담 없이 합류시킨다.
저자는 시장경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논리적 순서로 배열하고 있다. 경제를 '시장'이라는 표상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애덤 스미스, 이상적인 시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경제를 하나의 거대한 순환으로 이해했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 부가 집중된 자본가와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는 노동자간의 권력관계로 바라봤던 칼 마르크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시장경제사회를 거부하고 사회와 자연의 관점으로 바라본 칼 폴라니가 대미를 장식한다. 저자는 어떤 개인적인 주장도 하지 않지만 경제성장이 주는 혜택이 성장이 주는 해악과 거의 비등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좀 더 평등하고 인간적인 경제를 꿈꿨던 칼 폴라니의 인식틀을 부각시켰다.
흔히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을 꼼꼼히 짚어내거나, 다른 사상가들의 연구결과를 덧붙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유명한 말 때문에 마치 애덤 스미스가 시장방임주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오해다. 애덤 스미스는 오히려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임금이 보장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