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손실 은폐 의혹, 산은으로 불똥
10년간 부행장 출신 감사실장·CFO 내려보내
'손실 몰랐다면 바보, 알았다면 공범' 딜레마
대우조선해양 손실 은폐 의혹의 불똥이 산업은행으로 튀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31.5%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맡고 있는 산은은 최근 10년간 감사실장 또는 최고재무책임자를 산은 출신 인사를 보내 대우조선해양 경영에 관여해 왔다. 이번 손실 은폐 의혹의 책임에서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2분기 중 3조원대 손실? = 15일 산업은행, 금융권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2분기에만 최대 3조원의 영업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동안 실적에 반영하지 않은 손실이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는 점이다.
투자자와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그동안 이미 인지하고 있던 손실을 감춰 오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반영했다고 보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내는 등 손실을 반영한 현대중공업 등과 달리 대우조선은 반 년 가까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손실을 가려온 셈이다.
◆산은, 대우조선해양 경영관리위원회도 운영 = 손실을 숨겨 온 대우조선해양도 기가 막히지만 대주주인 산은에 대해서는 더 기가 막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재무 전문가인 은행으로서 대주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실제 산은은 지난 10년간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실장 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산업은행 출신 인사로 채워왔다. 2006년에는 본부장 출신인 신대식 씨가 감사실장으로 갔고, 2009년부터는 CFO에 부행장 출신을 보내왔다. 현재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열중 CFO(부사장) 역시 산은 출신이다. 그 전에는 사외이사진에 산업은행 출신을 넣어 경영을 감시해 왔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등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강조해 왔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가진 외부인사로 경영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을 감시하고 경쟁력 및 기업가치를 제고해 왔다.
그러나 이번 2조원 손실 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 출신 CFO도, 명망있는 인사로 구성한 경영관리위원회도 감지하지 못했다. 산업은행도 이번에 제기된 2조원 손실과 관련해 그 전까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산은 및 채권단은 손실 은폐 의혹이 제기된 후 자료를 통해 △즉각적인 실사 착수 △근본적인 대책 강구 등을 뒤늦게 대안으로 내놨다.
◆산업은행-대우조선해양 잔혹사 = 산업은행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은 입장에서 떠밀리듯 맡은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계열사 개념이라기보다는 '골칫덩이'에 가까웠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남상태 전 사장 때 기싸움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이 산은의 내부적인 회고다. 당시 산은은 리스크관리본부장 출신 신대식 씨를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실장으로 보냈다. 신 씨는 대우조선해양 경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빌미 삼아 2008년 10월에 신 씨를 해고했다. 최대주주인 산은에서 내려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쫓겨난 신 씨 사례는 정치적 배경을 가진 대우조선해양의 CEO와 최대주주 산은의 기싸움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된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배경을 지닌 사장들이 내려오면서 실질적인 관리를 하기 어려웠다"면서 "그 큰 조직에 CFO 한 명을 내려보내는 것인데 알면 얼마나 알 수 있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31%의 지분이면 충분히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규모"라면서 "산은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출자전환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산업은행은 "현 시점에서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 추진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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