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우리말로 풀어내는 생물들의 한 살이
사마귀, 메뚜기, 옴진드기, 흰개미.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알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생물들이다. 갈치, 문어, 넙치나 오소리, 돼지 등도 그렇다. 오동나무, 민들레, 대추나무 등 식물들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다.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은 이처럼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제대로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는 생물들을 들여다본다. 저자 권오길은 과학 대중 교양서를 집필한 1세대 과학자로 구수한 입담으로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생명들의 한 살이가 펼쳐진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낳은 알에 산소가 풍부한 물을 흘려보내며 살뜰하게 보살피는 문어, 너구리 똥을 져 나를 만큼 평화롭고 사회적인 동물인 오소리 등의 이야기가 그렇다.
특히 이 책의 특징은 과학적인 내용을 풍부한 우리말 어휘로 표현한다는 것. '꼴사납게 마구 법석을 떨거나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의 '용천지랄' 등 우리말의 재미있는 표현이나 '도토리'의 방언인 '굴밤', '일이나 물건에 문제가 생기도록 해서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것'을 뜻하는 '저지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표현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우리말에 대한 저자의 지식은 각 생물들과 연관된 속담과 관용어구를 설명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컨대 저자는 먹이가 부족해질 경우 같은 종끼리도 서로 잡아먹는 갈치의 속성을 설명하면서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는 속담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친구들끼리나 친척들간에 서로 싸움질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이 속담과 함께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는 또 다른 속담까지 소개한다.
또 이 책에는 잘못된 상식을 뒤집거나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예컨대 식충식물이라 해도 광합성을 한다는 것. 부족한 영양분의 일부를 곤충을 통해 보충할 따름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