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 떨어진 빗물이 다시 바다에 이르려면
비나 눈의 90%는 바다에 떨어집니다. 10%만 땅(육지)으로 떨어지지요. 육지에 떨어진 빗물도 다 강물이 되진 않습니다. 지상으로 떨어진 빗물의 약 65%는 다시 수증기로 증발해서 대기 중으로 돌아갑니다. 35% 정도가 지하수가 되거나 지표면을 흐르는 강물이 됩니다.
물의 여행은 모두 바다에서 하늘, 하늘에서 땅, 강물을 거쳐 다시 바다를 오가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모든 빗방울이 이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바다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가장 빠른 여행자입니다. 강물이 된 빗방물도 최단코스 여행자로 분류할 수 있지요. 아무리 긴 강이라도 한두달이면 바다에 이르니까요.
그러나 큰 호수를 거쳐가는 강물은 다릅니다. 겨울에 찬바람을 맞고 4℃까지 온도가 떨어진 물은 제일 무거운 상태가 되어 호수 바닥으로 깊이 가라앉습니다. 이 물방울은 깊은 호수 바닥에서 몇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높은 산 바위 틈으로 땅 속 깊이 들어간 지하수는 몇백년, 몇천년 동안 지하에 머무르기도 합니다. 반대로 북극이나 남극해에서 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해양심층수는 평균 3000년 동안 바닷속 깊은 골짜기를 흘러야 겨우 바다 표면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여행하는 물방울은 남극 내륙의 만년설 지대에 떨어진 눈송이일 겁니다. 그 눈송이 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쌓인 눈이 다져져 빙하가 되면 1년에 몇 센티미터씩 흘러서 바다로 갑니다. 이 눈송이가 바다에 닿으려면 최소 수십만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식물이 흡수한 물은 보통 5일 안에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니까 금방 다시 비가 됩니다. 그러나 그 빗방울은 바다에 떨어질 수도 있고, 남극 빙하 위에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1년에 지구에 떨어지는 비나 눈의 양(강수량)은 약 50만㎦ 정도입니다.
전세계 연평균 강수량은 733mm이고 여기서 수증기로 날아가는 증발산량 467mm를 뺀 실제 강수량(지표강수량)은 266mm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연평균 1245mm로 세계 연평균 강수량의 1.7배 정도 됩니다. 여기서 증발산량 523mm를 뺀 실제 강수량은 722mm, 전세계 평균 지표강수량의 2.7배입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총량은 124㎦. 여기서 증발산량 51.7㎦를 빼면 지표강수량은 72.3㎦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여름철 홍수 때 바다로 그냥 흘러가버리는 38.6㎦를 빼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의 양은 33.7㎦입니다. 물 1㎦는 1기가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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