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준설해달라" 파주시 서명부 조작
7000명 서명 했다더니 300명뿐
보도자료 사진에도 인물 합성
경기도 파주시가 '임진강 하천정비(준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여론을 호도하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조작된 사진을 작성, 배포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7일 경기도의회와 파주시 등에 따르면 파주시 환경정책과장과 임진강준설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와 의장실을 방문, 임진강 준설을 촉구하는 탄원서와 7000명이 서명한 연명부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양근서(새정련·안산6) 경기도의원이 대표발의해 도시환경위원회를 통과한 '임진강 준설사업 중지 및 습지보호지역 지정확대 건의안'의 철회와 수해 예방을 위해 임진강 준설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파주시 환경정책과는 이런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작성해 언론사에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한길룡(새누리·파주4) 도의원과 강득구 도의회 의장, 오세영 도시환경위원장이 함께 탄원서와 연명부가 담긴 박스를 주고 받는 사진도 첨부됐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해당사진은 조작됐고 서명부 명단도 7000명이 아닌 300명만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탄원서 접수 당시 채우병 파주시 환경정책과장 등은 오세영 위원장과 강득구 의장을 위원장실과 의장실에서 각기 따로 만났으나 오 위원장과 강 의장이 한 장의 사진에 나왔다. 강 의장과 사진을 찍은 채우병 과장 대신 오 위원장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사진의 박스도 당시 의장실에 있던 빈 박스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회에 접수된 연명부도 열람 결과 300명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중복서명자가 16명, 서울·고양·연천 등 타 지역 거주자가 13명, 주소 미상자가 11명이었고 동일필체로 의심되는 서명도 상당수였다. 서명부를 낸 임진강준설사업추진위원회는 활동경력이 전혀 없는 유명무실한 단체로 알려졌다. 내일신문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이승규 추진위원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도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파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원회'는 7일 파주시청을 항의방문해 주민여론을 호도하는 반환경적인 임진강 준설 찬성 서명부 조작에 대한 진상규명과 공개사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노현기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도의회에 습지확대 건의안이 제출된 10월 23일 이후 서명을 받았다는 것인데, 유권자가 3만6000명에 불과한 문산읍에서 이장도 모르게 7000명 서명을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임진강 준설사업은 환경부가 보완통보서에 '홍수예방 근거가 없다'고 명시했고 마치 준설을 해야 하는 것처럼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 작성한 ㄷ업체가 6개월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만큼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며 "그런데도 파주시는 시민여론을 호도하는 후안무치한 일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양근서 의원도 "파주시가 특정 주민의 주장을 거짓된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포하고 사진까지 합성 조작한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자 경기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를 우롱한 것"이라며 "이재홍 파주시장은 도의회에 공개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추진위원회에서 7000명 서명을 받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확인해보니 700명 정도 서명을 받아 300명 서명부만 냈다더라"며 "사진합성 등 잘못한 것은 사실이나 사전에 시장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