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재건축조합 '대부료(부지내 도로 공원 등 포함)' 부과 비상
대법 "도로, 대부료 부과"
재개발은 법개정 후 '면제'
전국적 부과규모 1조원대
대법원이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부지 내의 국·공유지(도로·공원)에 대해 각각 부과 기준을 달리 판단함에 따라 전국 재건축사업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서울 반포주공2단지(현 반포래미안)재건축조합이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도로점용료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 사업부지내 도로의 사용에 대해 조합측에 점용료가 아닌 대부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서초구청이 점용료를 부과해 패소한 것이다. 따라서 서초구청은 조합측에 대부료를 다시 부과해야 하지만 채권시효가 지나 사실상 170억원을 못 받게 됐다.
대법원은 "(국공유지가) 행정재산의 경우 사용·수익허가의 대상이고 일반재산은 대부계약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은 사업시행인가로 부지 내 도로의 용도가 폐지된다. 행정재산에서 일반재산으로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점용료가 아닌 대부계약에 따른 대부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개발사업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10월 대법원은 재개발 사업부지 내 도로를 공사기간 사용한 재개발조합에 대해 '점용료'를 부과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건축사업과는 부과기준을 달리한 것이다.
이번 판결이 재건축조합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2012년 2월 개정되면서 도시정비사업에 있어 사업시행인가로 국·공유지의 점용이나 사용허가가 의제되는 경우 점용료 또는 사용료를 면제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부지 내의 국·공유지 사용·점용료 부과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자 정부가 이를 아예 면제시켜 주기로 한 것이다.
법이 개정됐지만 재건축사업에 대한 적용 여부를 놓고 일선의 혼란은 계속됐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재건축사업도 재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국·공유지의 사용·점용에 따른 사용·점용료가 면제되는 것으로 보고 그동안 부과처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2012년 법 개정과 무관하게 전국 지자체들은 재건축사업 추진과정에서 도로나 공원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업기간 동안 대부료를 부과해야 한다. 개정 법률은 점용료 ·사용료와 달리 대부료는 면제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이전 사업장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부과대상 규모는 3600억원에 달했다. 2012년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사업장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부과 규모는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재건축 사업부지내 국·공유지에 대해 처음으로 사용료 등을 부과한 전직 공무원 김권영씨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 추진에 있어 국·공유지를 사용할 경우 관련법이나 대법원 판결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확인이 필요하다"며 "국가 또는 지자체 수입의 막대한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국·공유지' 포함한 전국 재건축조합 비상] 대법 재건축 판결, 전국 지자체에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