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 ② 고양시
"도서관정책의 처음과 끝은 시민"
시민대표단 건의에 자료구입비 추경 확보 … "박제화된 도서관 안돼"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신도시 일산이 위치한 고양시. 고양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교육 문화 수준이 높다. 이런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양시는 도서관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102만8000여명의 인구 중 50만6000여명이 도서관 회원이니 고양시민 2명 중 1명은 도서관 회원인 셈이다. 회원 규모는 경기도에서 3위에 해당한다.
고양시에는 시립도서관이 16곳이 있다. 고양시는 민간 위탁을 하지 않고 16곳의 도서관들을 전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6곳의 도서관이 '중앙도서관-거점도서관-분관'으로 각각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고양시 내 도서관의 장서 수는 187만3000여권이며 2015년에는 문화프로그램이 8000여차례 개최됐다. 참여자 수는 21만6000여명에 달한다.
고양시의 도서관이 이처럼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최 성 고양시장의 역할이 컸다. 최 시장은 2014년 제51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사서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을 정도로 도서관에 관심이 높다.
또 2015년에는 공공도서관 16곳을 직영으로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도서관협회로부터 제47회 한국도서관상을 수상했다. 내일신문은 7일 오후 고양시 고양시정연수원에서 최 시장을 만나 최 시장이 꿈꾸는, 미래의 도서관에 대해 들었다.
■책 읽는 도시 사업의 슬로건이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이다.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이 되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변화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천편일률적 장서 구입이다. 차로 30분이면 오갈 정도로 넓지 않은 곳에 여러 도서관들이 있는 만큼 각 도서관별로 특성화를 하고자 했다.
2015년 고양시 도서관 장서개발정책 학술 연구용역, 전문가 토론회, 시민 설문조사 등을 한 끝에 4곳의 도서관을 선정해 특성화하고 관련 장서들을 보다 풍부하게 갖추도록 했다.
화정도서관은 '꽃'을, 아람누리도서관은 '예술'을, 마두도서관은 '향토문화'를, 주엽어린이도서관은 '세계그림책'을 주제로 특성화했다. 이제 고양시 600년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향토문화에 특성화된 마두도서관을 찾아가면 된다.
■고양시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도서관'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제화된 도서관은 옳지 않다. 진열장에 책이 갇히게 해서는 안 된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토론하고 떠들고 난리가 나게 지내야 한다. 서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누워서 만화책을 보고 그러다 책도 읽게 해야 한다.
체육관 앞에 만화책을 둬야 하고 경찰서에 만든 안전도서관에는 그에 맞는 책들이, 군대 안에 만든 도서관에는 또 그에 맞는 책들을 둬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경우엔 시험 기간에는 24시간 개방을 하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컵라면을 주고 새벽에 집에 가야 하는 학생들은 차로 데려다 주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도서관 정책의 출발과 끝은 시민들이다.
■실제 도서관 정책을 수립할 때 시민들의 견해를 많이 반영하나.
진정으로 책과 함께 하고 책이 얼마나 위대한 힘인가를 아는 분들이 도서관 정책에 참여를 해야 한다. 고양시는 민관 협력을 위해 '책 읽는 도시 고양 추진 실무위원회'를 두고 도서관 및 독서전문가, 브랜드 전문가 등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또 115명의 시민대표단과 함께 도서관 정책을 만들어가는 고양형 시민 참여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 시민대표단과 워크숍을 했고 자료구입비가 부족하다는 의견에 2억6000만원의 추경을 확보했다.
■도서관 외 교육 문화 복지 등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도 있을 텐데.
도서관이 중요하지만 교육 문화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도 많다. 지방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이를 조율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서들과 많은 토론을 나눴다.
시 전체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마냥 도서관 예산을 늘릴 수만은 없다. 모든 곳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없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동영상으로 찍어 도서관, 어린이집, 학교 등과 공유할 수 있고 SNS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관행적인 도서관 운영에서 탈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