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기업의 비밀│② 수산중공업
"기술혁신·노사신뢰로 위기 극복"
직원 퇴직금 출자로 상폐 모면
사무직 30%가 연구개발 인력
키코 피해·신제품 리콜도 넘겨
기업인들 상당수가 노동조합을 회사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막아내거나 노사 상생협력을 주도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 사례도 많다.
건설과 토목에 사용하는 중장비를 생산하는 수산중공업은 노동조합과 돈독한 신뢰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한 중소기업이다.
"회사 존립이 목전에 닥친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노동조합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꾸준한 연구개발(R&D)로 기술혁신을 이뤄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은 회사 성장 비결로 '노사 신뢰'와 '기술혁신'을 꼽았다.
1984년 설립된 수산중공업은 유압 브레이커(굴삭기를 작동시키는 주요 기계장치)와 유압 드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020억원 중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 들였다. 중국 칭다오와 샤먼에 두 개 생산법인과 미국 유통법인, 네덜란드와 두바이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산중공업이 수출 중소기업 자리잡는 과정에는서 숱한 위기를 겪었다. 회사는 1991년 코스피에 상장했으나 외환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때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직원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출자했고, 이를 통해 상장폐지를 모면했다.
법정관리 중인 회사를 2004년 인수한 정 회장은 경쟁력이 없거나 대기업과 경쟁하는 품목, 관납·군납팀을 없애고 대신 수출팀을 만들었다. 회사 미래를 수출에서 찾은 것이다.
정 회장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했다. 지금도 매출의 4~5%를 연구개발비로 책정하지만 사실은 실제 투자는 한도를 정하지 않았다. 연구인력도 대폭 늘려 현재 전체 사무직원의 30%인 45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그 결과 수입제품 일색이던 국내 건설장비 시장에서 유압브레이커와 크레인 등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다. 해외 90여개국에 파쇄장비를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2006년 3000만달러, 2008년 5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환율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옵션파생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200억원 가량 손실을 봤다.
야심차게 투자해 개발한 신제품에 문제가 생겨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정 회장은 공개적으로 리콜을 결정했다. 고객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수산중공업은 리콜 때문에 판매비 이상이 들었지만, 거래 고객 이탈률은 10% 밖에 되지 않았다. 비록 이익은 잃었지만 시장에서 신뢰를 얻은 결과다.
정 회장은 "직원들의 애사심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수산중공업이 존재할 수 있었다"며 "'노동조합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 노사문화 우수기업 노동부장관상' '2011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이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산중공업은 2023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세계 3위 기업을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