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벤처업계, 민간주도 창업지원사업(TIPS) 공방

"제도허점 악용" vs "구조 몰이해"

2016-04-15 10:04:06 게재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구속 … 벤처업계 "미래가치 평가 중요"

검찰과 벤처업계가 벤처생태계 육성정책(TIPS)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이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려온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를 구속한 게 발단이 됐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조세범죄수사팀은 4일 호 대표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호 대표가 2014년과 2015년 창업벤처(스타트업) 5곳으로부터 중소기업청 팁스 보조금을 받아주겠다며 '갑'의 위치를 이용해 총 30억여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팁스는 운영사로 선정된 엔젤투자회사가 벤처기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중소기업청이 연구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최대 9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투자자 지분율은 40% 이하로 제한된다.

자금이 절실한 창업벤처들이 팁스에 몰리면서 투자자는 스타트업에 갑(甲) 위치에 서게 된다 1억원 투자로 정부지원금을 포함한 10억원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호 대표가 갑의 위치를 악용해 스타트업 지분을 무리하게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벤처업계는 호 대표 구속에 대해 검찰의 창업기업(스타트업) 현실과 투자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고영하 엔젤투자자협회장은 "검찰이 팁스 구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호 대표는 팁스 운영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벤처업계는 팁스를 유망한 창업기업에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부의 마중물이라는 평가다. 실패가능성이 높은 창업기업에 민간 투자자가 자금을 투자하기 쉽지 않아 정부가 과감히 배팅에 나선 셈이다.

고 회장은 "검찰이 기업의 미래가치 평가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투자액 지분에만 매달려 있다"고 지적하며 "상장사 같은 경우 납득할만한 시장가격이 나오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1억원을 투자했을 때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져갈지는 결국 협상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 역시 "현금투자뿐 아니라 멘토링이나 마케팅 관련 컨설팅 등 스타트업에 제공하는 다양한 도움이 곧 무형의 투자"라며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호 대표는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동영상 자막업체 '비키'를 창업해 2013년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에 2억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하면서 일약 '스타 창업가'로 떠올랐다. 2년 전에 후배 창업가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더벤처스를 설립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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