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공화당 지지자 오바마에 대한 분노가 트럼프를 세웠다

2016-05-13 11:05:39 게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더 이상 출마하지 않지만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일약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올라선 도널드 트럼프 저지에 앞장선 분위기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최대한 도와 자신의 후임자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막말과 외교문외한 등에 잽을 날리면서 트럼프 때리기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를 저지하고 힐러리를 당선 시키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광풍을 몰아치게 하고 결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까지 탄생시킨 주역은 바로 오바마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민주당 진영의 시선도 있다.

공화당원들의 분노 폭발시킨 트럼프

선출직 공직을 맡은 적이 없는 부동산재벌, 비즈니스맨이자 리얼리티 TV 쇼로만 유명했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까지 사실상 확정짓게 만든 것은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공화당원들의 분노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방상원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캔사스주 주지사로 있는 샘 브라운백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분노하는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만든 것" 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원들의 대다수는 오바마라는 이름조차 거명하기를 싫어할 정도로 혐오하고 있다고 브라운백 주지사는 전했다. 공화당원들의 다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미국을 쇠퇴시켰고 자신들의 가계경제도 나빠지게 만들었다고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공화당원들의 다수는 오바마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지난 8년간 공직에 있던 사람들이면 누구나 오바마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때에 한 번도 공직에 있어본 적이 없는 트럼프가 나타나 공직자들과는 정반대로 말 못할 막말까지 쏟아내며 신경을 건드려 공화당원들의 분노를 터뜨렸다는 분석이다. 1000만명 이상이 몰려 나와 트럼프를 연호하며 한 표씩 던졌다. 오바마는 물론 공직자 전체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분노가 터지면서 공직경험이 있는 공화당 경선후보들이 모두 우후죽순처럼 나가떨어지고 결국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자 지위까지 오르게 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화당원들의 70~80%, 오바마가 경제 망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중 금융위기와 불경기를 극복하고 70여개월 연속 일자리를 늘려오는 등 경제회복을 중요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미국민 다수는 그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특히 공화당원들의 대부분은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다.

허핑턴 포스트가 조사한 결과 공화당원들의 80%가 오바마 취임이후 미국경제가 쇠퇴했다고 대답했다. 예전과 같다는 의견은 11%, 좋아졌다는 7%에 불과했다. 자신의 개인 가계경제에 대해선 공화당원들의 63%가 오바마 취임후 나빠졌다고 밝혔다. 같다는 25%, 좋아졌다는 10%에 불과했다. 공화당원들만 오바마 경제성적을 박하게 준 것이 아니라 미국민 전체에서도 낙제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고용시장과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부자들과 대기업들만 배를 채웠을 뿐 중산층이하 서민들은 더 팍팍해졌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허핑턴 포스트 조사에서 미국민 전체의 18%만 오바마 취임후 가계경제사정이 나아졌다고 대답했을 뿐 40%는 큰 변화가 없고 40%는 더 나빠졌다고 답해 오바마 대통령 주장과는 동떨어진 반감을 드러냈다.

또 오바마 재임 중 경제사정이 나아졌다고 답한 미국민들 가운데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과 5만달러 이하의 계층간 격차가 9%포인트나 나서 부익부 빈익빈, 부의 불평등이 심해져 큰 불만을 사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성적표를 내걸고 지원유세에 나선다면 공화당원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해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선거전에 오히려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캠페인은 트럼프 때리기와 트럼프 공포 부각을 통해 민주당 진영의 집토끼를 결집시키는 데에만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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