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성장률 전망 또 낮추나
매분기 하향 3.0%→2.8%→2.6%(?) … "정부 전망과 보조 맞추려는 관행 탓"
올해 들어 반등 기대감을 높였던 경기지표가 다시 나빠지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유증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11일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굵직한 국내외 변수가 널려 있다"면서 "올 들어 2번이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왔지만, 하반기에는 거듭 수정된 성장률 전망치마저 다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3%대 성장률 고집 = 매 분기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한은은 지난 4월 2.8%(1월 3.0%)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3분기째 연속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란 관측은 지난달부터 나왔다.
실제 한은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는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소비 등 내수의 개선 움직임이 약화한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부진하다. 대내외 경제여건 등에 비추어 4월에 전망한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4월 수정전망치 2.8%도 하반기에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토로다.
그런데 지난달 한은의 경기판단에는 브렉시트로 인한 파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하방리스크는 훨씬 더 커진 셈이다.
국내외 변수도 '산넘어 산'이다. 대내적으론 하반기부터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9월 이후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개별소비세 인하조치도 종료된다. 대규모 실업과 함께 소비심리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망설일 만큼 글로벌경기가 빠르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 그늘에 교역량도 답보상태다. 수출과 내수 모두 국내 경기를 견인할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 IB들도 성장률 낮춰 = 브렉시트 이후 세계적 전망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성장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다. 해외IB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3%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과 시티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4%로 내렸다. 노무라는 3.1%에서 2.9%로 내렸다. BoA는 3.4%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19일 발표하는 세계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 하향 조정할 예정임을 시사한 상태다. IMF가 기존에 내놓은 전망은 3.2%다.
민간 전망기관들은 이미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 초중반대로 떨어뜨린 상태다. 한국경제연구원(2.3%)과 LG경제연구원(2.4%)은 2% 초반대로 예측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5%를 전망했다. 정부의 성장률 목표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금융연구원 역시 기존 3% 전망을 2.6%로 대폭 떨어뜨렸다.
◆매번 빗나간 한은 예측, 왜? = 2014년 이후 3%대 성장율을 고집해왔던 한은은 '장밋빛 성장률'이란 비판 끝에 지난 4월에서야 2%대로 낮췄다. 그런데 석 달 만에 전망치를 또 하향 조정할 위기에 몰린 것이다.
한은의 '장밋빛 전망'은 고질적인 현상이다. 재작년 한은 전망과 실제 경제성장률과의 차이는 더 심했다. 2014년 하반기에 한은은 2015년 경제전망치를 3.9%로 제시했다. 그런데 3개월 뒤인 2015년 1월 전망치를 3.9%에서 3.4%로 0.5%p나 낮추더니 4월에 이를 다시 3.1%로 수정했고, 7월에 2.8%로, 10월에는 2.7%로 분기마다 적게는 0.1%p에서 0.5%p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2015년 실제 경제성장률은 2.6%에 머물렀다. 1년 전 발표했던 한은의 전망치와 무려 1.3%p 차이를 나타냈다.
이렇게 하향 조정을 거듭하다 보니 한은 전망치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차가 커질수록 정부의 재정계획과 기업들의 사업계획까지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다.
한은 전망치 오차의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 경제전망과 보조를 맞추려는 관행'이 손꼽힌다. 또 전망치가 매번 틀려도 특별히 책임질 일이 없다는 점도 이런 관행을 부추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기관의 경제전망은 기대치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수치여야 한다"면서 "정부라면 정책의지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을 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은 시장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망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