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성장률 전망 또 낮추나

2016-07-11 11:03:37 게재

매분기 하향 3.0%→2.8%→2.6%(?) … "정부 전망과 보조 맞추려는 관행 탓"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7월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다. 금리는 동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성장률은 기존 2.8%에서 2.5~2.6%로 낮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경제성장률 '빨간불'│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연구부장이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올해 들어 반등 기대감을 높였던 경기지표가 다시 나빠지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유증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11일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굵직한 국내외 변수가 널려 있다"면서 "올 들어 2번이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왔지만, 하반기에는 거듭 수정된 성장률 전망치마저 다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3%대 성장률 고집 = 매 분기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한은은 지난 4월 2.8%(1월 3.0%)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3분기째 연속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란 관측은 지난달부터 나왔다.

실제 한은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는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소비 등 내수의 개선 움직임이 약화한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부진하다. 대내외 경제여건 등에 비추어 4월에 전망한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4월 수정전망치 2.8%도 하반기에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토로다.

그런데 지난달 한은의 경기판단에는 브렉시트로 인한 파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하방리스크는 훨씬 더 커진 셈이다.

국내외 변수도 '산넘어 산'이다. 대내적으론 하반기부터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9월 이후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개별소비세 인하조치도 종료된다. 대규모 실업과 함께 소비심리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망설일 만큼 글로벌경기가 빠르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 그늘에 교역량도 답보상태다. 수출과 내수 모두 국내 경기를 견인할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 IB들도 성장률 낮춰 = 브렉시트 이후 세계적 전망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성장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다. 해외IB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3%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과 시티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4%로 내렸다. 노무라는 3.1%에서 2.9%로 내렸다. BoA는 3.4%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19일 발표하는 세계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 하향 조정할 예정임을 시사한 상태다. IMF가 기존에 내놓은 전망은 3.2%다.

민간 전망기관들은 이미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 초중반대로 떨어뜨린 상태다. 한국경제연구원(2.3%)과 LG경제연구원(2.4%)은 2% 초반대로 예측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5%를 전망했다. 정부의 성장률 목표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금융연구원 역시 기존 3% 전망을 2.6%로 대폭 떨어뜨렸다.

매번 빗나간 한은 예측, 왜? = 2014년 이후 3%대 성장율을 고집해왔던 한은은 '장밋빛 성장률'이란 비판 끝에 지난 4월에서야 2%대로 낮췄다. 그런데 석 달 만에 전망치를 또 하향 조정할 위기에 몰린 것이다.

한은의 '장밋빛 전망'은 고질적인 현상이다. 재작년 한은 전망과 실제 경제성장률과의 차이는 더 심했다. 2014년 하반기에 한은은 2015년 경제전망치를 3.9%로 제시했다. 그런데 3개월 뒤인 2015년 1월 전망치를 3.9%에서 3.4%로 0.5%p나 낮추더니 4월에 이를 다시 3.1%로 수정했고, 7월에 2.8%로, 10월에는 2.7%로 분기마다 적게는 0.1%p에서 0.5%p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2015년 실제 경제성장률은 2.6%에 머물렀다. 1년 전 발표했던 한은의 전망치와 무려 1.3%p 차이를 나타냈다.

이렇게 하향 조정을 거듭하다 보니 한은 전망치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차가 커질수록 정부의 재정계획과 기업들의 사업계획까지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다.

한은 전망치 오차의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 경제전망과 보조를 맞추려는 관행'이 손꼽힌다. 또 전망치가 매번 틀려도 특별히 책임질 일이 없다는 점도 이런 관행을 부추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기관의 경제전망은 기대치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수치여야 한다"면서 "정부라면 정책의지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을 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은 시장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망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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