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정폭력 대응 봤더니

관계기관 협업해 원스톱서비스

2016-07-26 10:38:43 게재

미 미네소타, 가해남편 의무체포

스위스, 접근금지명령 후 전자발찌 채워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 가정폭력에 제도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다. 1997년 12월 가정폭력처벌특례법 등이 제정됐고 이후 수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많다는 지적 속에서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페미니즘'의 영향 아래 우리나라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우리나라에 소개한 사례는 미국 미네소타주 소도시인 덜루스에 도입된 덜루스 모델이다. 덜루스 모델은 미네소타주의 가정폭력 방지법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 1981년 도입된 시스템으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만큼이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방점을 둔다. 이를 위해 경찰과 시민단체, 법원, 검찰, 변호인 등 관계 기관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도록 설계됐다.

덜루스 모델에 입각해 관계 기관을 중간에서 연결해주고 조율해주는 역할은 비정부기구(NGO)인 DAIP가 맡고 있다.

DAIP에 따르면 덜루스 모델 도입 이후 과거에 신고부터 처벌까지 각각의 단계가 단절돼 있었던 부분을 서로 연결했고, 가정폭력 피해자가 신고 전화를 하는 순간부터 사건 수사를 통해 기소, 구형을 거쳐 가해자가 교정과정을 밟기까지의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돼 더욱 효과적인 피해자 지원이 가능해졌다.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일관된 처벌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덜루스 모델이 도입된 1980년 전 미네소타주에선 가정폭력으로 신고해도 '의무 체포'가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는 체포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피해자가 아닌 경찰이 체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현재 미네소타주 법률상 가정폭력 사건 발생 시 가해자가 신체적 폭력을 가하거나 신체적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한 경우 경찰은 의무적으로 체포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관계 기관과 공유해야 한다. 이는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하던 가정폭력을 사회 문제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었고 가정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지역공동체의 의지를 가해자들에게 보여줌으로서 가정폭력 재발률을 현저하게 줄이는 효과를 봤다. DAIP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덜루스 모델을 거쳐 가정폭력 교육을 받은 가해자의 68%는 8년 이상 다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영국 역시 가정폭력에 대해 많은 기관들이 협업해서 대응하는 통합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전문법원(SDVC)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형사사법기관은 물론 판사가 함께 협력해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이 제도와 관련한 평가에서 "법원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피해자에 대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변호와 정보공유를 더 쉽게할 수 있게 되어서 피해자 참여 및 만족도가 향상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전문법원이 확산되고 있는데 1999년 첫 설립된 가정폭력전문법원은 2010년 11월 현재 영국 전역에서 141개가 운영되고 있다.

독일은 1996년 12월 연방정부 차원에서 '아내를 때리는 남편들과의 투쟁'을 선포한 후 가정폭력을 강력범죄로 대처하고 있다. 경찰은 문제남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지속적으로 관찰감시하고 있고, 검찰과 법원도 중벌로 다스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스위스는 가정폭력 가해에 대한 전자감독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에 대한 협박 등으로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남자들에게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인데 남편들이 실제 아내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인권침해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피해자신변안전보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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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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