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의 비밀│⑦ 영림목재

연구개발로 미국·유럽 장벽 넘어

2016-09-06 10:14:50 게재

국내 최초 미국선급·유럽선박장비·유럽표준 파렛트 인증 획득

1950년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난 '전쟁동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부모 품에 안겨 남쪽으로 내려왔다. 작고한 부친 회사를 20대에 이어 받았다. 회사를 경영하다 나무를 더 알고 싶어 50대에 1년간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회사 문을 닫을 뻔했던 두차례 위기도 겪었다.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이 유럽표준 파렛트 인증이 찍힌 목재파렛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끊임없는 연구개발(R&D)로 선박용 목재를 개발, 국내 목재업계 최초로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받았다. 일본도 취득하지 못한 유럽 표준 파렛트 인증도 따냈다.

최근 충남 당진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조용히 추진해온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것이다. '목재업계의 산증인' '특수목의 대가'로 불리는 이경호(67) 영림목재 회장의 발자취다.

영림목재는 46년된 목재전문 기업으로 세계 각국 120여종의 고급 특수목을 수입·가공해 판매한다. 대부분 악기나 공예품, 인테리어와 스포츠용품, 조경목 등에 사용된다. 특수목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영림목재는 1969년 이 회장 부친이 설립한 제재소에서 출발했다. 사업 초기에는 맥주와 간장을 담는 나무박스를 만들었다. 이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부친을 도우며 목재와 인연을 맺었다. 28세 때 가업을 이어받은 이 회장은 특수목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특수목 사업이 자리잡자 이 회장은 연구개발에 나섰다. 사양산업으로 치부 받던 목재사업에 연구개발 투자를 하자 주변에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세계 목재시장이 여전히 규모가 크고 매력적이었기에 이 회장은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

수년간의 연구개발은 성공적이었다. 2013년에 유럽파렛트연합(EPAL)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 했다. 목재산업이 30년이나 앞선 일본에서도 아직 취득한 기업이 없을 정도로 EPAL 인증은 까다롭다. 영림목재는 EPAL 인증을 따내자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일본 인도 등에 수출을 시작했다.

유럽에 수출하려면 EPAL 인증 파렛트를 사용해야 한다. 기존 목재 파렛트는 유럽 각국에서 수입할 경우, 포장 해체 후 폐기물로 인정돼 별도 비용을 들여 파기해야 했지만, EPAL 인증 파렛트는 재활용 또는 판매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물류비용을 15% 이상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100% 수입에 의존하던 고급 선박용 목재를 국산화했다. 2014년 조선기자재 업체로부터 선박용 목재 공급을 의뢰받았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크루즈선, 해양플랜트 등에는 작업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공간의 마감재는 대부분이 목재다.

조선강국에서 선박용 목재를 수입한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인증작업은 매우 까다로웠다. 목재가 불에 잘 타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천번의 실험 결과, 지난해 6월에 한국선급의 KR 인증을, 7월에 미국선급의 ABS 인증을 각각 통과했다. 그리고 올 7월에는 가장 까다롭다는 '유럽선박장비인증(EU-MED)'까지 따냈다.

이 회장은 "일단 국내 조선사 목재시장에 진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양플랜트와 크루즈선용 목재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라며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자신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성과 덕에 국내외 경기침체에도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242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림목재는 인천에 있던 본사와 공장을 충남 당진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전이 마무리되면 '종합 물류기기 전문기업'으로 당진시대를 여는 것이다. '제2 창업'인 셈이다.

"기업의 미래는 연구개발에 있다. 영림목재는 연구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 세계시장으로 나갈 것이다."

백발의 이경호 회장의 미소는 여유로웠다. 당진시대를 맞은 영림목재의 내일에 목재산업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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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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