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 나왔는데 대량생산지시(?), 황당한 기소

2016-09-08 11:19:32 게재

가습기살균제 9차 공판서 드러나 … 제품 생산 지시자, 무리한 짜맞추기 정황

검찰이 신현우 옥시 전 대표에게 씌운 혐의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7일 열린 옥시 관련자들의 제 9차 공판기일에서 '제품 생산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신 전 대표의 주장과 '신 전 대표가 지시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맞섰으나, 검찰 주장의 논리적 모순이 드러났다. 신 전 대표가 제품생산지시를 했다는 날짜 하루전에 생산한 시제품이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나며 불량품이 나왔는데 그 다음날 대량생산을 지시했다는 모순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5월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왼쪽 4번째)가 서울 서초동 지검을 나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안정성 테스트서 흰색침전 생겨 =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측 증인으로 옥시연구소 최은규 연구위원이 출석했다. 최씨는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만드는 전과정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지난 2000년 10월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신 전 대표에서 시제품 생산결과를 보고하고 제품생산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독성화학물질인 PHMG를 첨가한 가습기당번 제품 생산과정에서 신 전 대표가 보고를 받고 생산을 직접 지시했다며 유력 증인으로 최씨를 내세웠다.

하지만 최씨에 대한 신 전대표측의 반대신문에서 신 전 대표가 제품생산을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의 모순점이 드러났다. 제품을 생산하려면 제조법(레서피)가 완성되고 안정성 테스트를 실시해 여기서 합격해야 한다. 최씨의 업무일지와 검찰 주장을 종합하면 문제가 된 제품의 생산 실행단계는 △10월 4일 레서피 완성 △10월 14일 시운전 테스트 △10월 15일 안정성 테스트 △10월 16일 음성공장에 생산지시 공문 발송 △10월 19일 본생산 시작 순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10월 15일의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테스트 결과에서 흰색 침전물이 발생한 것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불량품이 생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제품연구를 주도했던 최씨에 대한 사전 조사를 통해 "가습기당번 생산과 관련해 신 전 대표에게서 10월 16일 제품생산 지시 결제를 받았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에 대해 신 전 대표는 증인 직접신문을 통해 "10월 16일 결제를 받아 그날 바로 음성 공장에 생산지시 공문을 보냈다는데, 그 전날 불합격된 제품이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제품생산을 지시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검찰 논리에 반박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다.

"직접 결제받은 적 없다" 진술수정 = 시제품이 발생하기 전 사전 결제 가능성도 거론됐다. 14일 시제품이 나오기 전인 13일 이전에 미리 생산을 지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전 대표는 "시제품이나 안정성 테스트도 하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결제가 올라오면 사인을 해주겠나"라며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도 이 점에 대해 동의했다.

결국 최 씨는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최씨는 "신 전 대표에게 직접 결제를 받았다는 식의 표현은 정정돼야 할 것 같다"며 "신 전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거나 결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장에게 보고하고 그가 보고했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진술을 수정했다.

신 전 대표는 "검찰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틀린 부분이 있어 이번 기회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의도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신 전 대표는 2000년 10월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PHMG가 함유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개발·판매를 지시해 사망자 73명을 포함해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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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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