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의 비밀│⑧ 아이디스그룹
최고 기술력으로 히든챔피언 올라
매출 10% 연구개발 투자, DVR 세계 1위
무차입 경영, 이익 10% 인센티브 지급
가난했지만 공부는 잘했다. 대학은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KAIST를 선택했다. 교수나 연구원 등 안정적인 삶을 꿈꿨다. 1995년 실리콘밸리에서의 인턴 생활은 삶의 전환점이 됐다. 귀국한 후 동료 4명과 자본금 5000만원을 마련, 1997년 8월 창업했다. 목표는 기술 기반의 글로벌 기업이었다.
첫 제품은 디지털 영상 저장장치(DVR)다. 창업 10개월 만인 1998년 6월 세계 최초로 영상을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저장하는 DVR을 출시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DVR을 호주에 납품했다. 첫 수출은 회사 성장의 발판이 됐다.
DVR로 승승장구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201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업분야도 확대했다. 매년 매출의 10%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무차입 경영 원칙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2020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기술 기반의 세계적 기업을 만들자'는 꿈을 이뤘다. 아이디스그룹을 이끄는 김영달(사진·48) 아이디스홀딩스 대표 이야기다.
◆기술기반 세계기업 만들자 = 아이디스그룹은 아이디스홀딩스, 아이디스, 코텍 등 3개 회사가 주축이다. 아이디스홀딩스는 그룹 투자사업을 담당한다. 아이디스는 그룹의 시작점으로 프리미엄 DVR시장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인수한 코텍은 카지노용 디스플레이와 전자칠판 등에서 각각 세계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고 기술력만 있으면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산업용 특정분야의 전문인력이 모여 기술개발에 집중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즉 대기업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에서 벤처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은 것이다.
DVR 개발도 김 대표가 우연히 대학 경비실 구석에 쌓인 폐쇄회로TV(CCTV) 테이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세계 전자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기였다. 김 대표는 테이프를 대체할 디지털 영상 저장장치를 생각했다.
아이디스는 창업 1년 만에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999년 시드니올림픽에 필요한 DVR 납품업체 선정에서 미국 지이(GE) 등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아이디스는 매출액의 10%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벤처기업 평균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2.9%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평균 1.4%, 0.8%인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투자다. 이런 투자 덕에 고부가가치시장을 빼앗기지 않았다. 주로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운영하던 2012년까지는 영업이익률이 2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였다.
◆지주회사 체제 도입 = 김 대표는 '지속가능경영'을 고민했다.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체력이 약해 망한 사례를 목격했던 김 대표는 과감히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 사업도 ODM 방식을 버리고 자체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분야 확대에도 나섰다.
2012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두바이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ODM과 자체 브랜드 비중은 국내 7대3, 해외 5대5 수준이다. 향후에는 국내외를 합해 4대6의 비율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투자가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4~5년 걸릴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 투자 여력을 키워 체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지주회사인 아이디스홀딩스는 2012년 카지노 모니터 전문업체 코텍과 폐쇄회로TV(CCTV) 전문기업 에치디프로를 인수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인수 당시 매출 1600억원이던 코텍은 지난해 2420억원으로 성장했다. 코텍의 R&D 투자는 매출액의 7~8%에 이른다.
김 대표는 기업의 중요한 역할로 '질좋은 일자리 창출'을 꼽는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이익의 10%를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투명 경영을 지킨 덕에 2011년 세무조사에서는 추징금을 한 푼도 안내고 오히려 모범납세기업 표창을 받았다.
아이디스그룹은 2020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중에 대기업 협력사를 제외하고 완제품 생산기업 중에 연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은 휴맥스 밖에 없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많아야 한국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김 대표는 '좋은 기업'을 만들어 100년 기업으로 남을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