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감사결과 대통령에 서면보고
감사원 수시보고 9번 중 유일하게 서면으로 보고
"청와대파견 독립성훼손"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관련 내용은 서면보고용인 걸까. 2년 5개월 전 참사 당일 첫 보고는 물론 대부분의 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된 비판을 받았던 박 대통령이 감사원의 세월호 감사 결과도 서면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 임기 동안 이뤄진 9번의 감사원 수시보고 중 유일한 서면보고로 이례적이다.
이춘석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익산갑)은 "감사원이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를 하는 것 자체가 비판 받을 일이지만 그나마 세월호 참사 관련 감사는 대면도 아니고 서면으로 보고 받았다"면서 "최소한의 성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29일 이 의원이 감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통령 취임 후 최근까지 수시보고는 총 9번에 걸쳐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주로 공식일정이 그리 많지 않은 날에 감사원 수시보고를 받곤 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꽉 차 있어도 시간을 내서 감사원의 대면보고를 받곤 했다.
그러나 참사 후 약 3개월이 지난 2014년 7월 4일에 이뤄진 세월호 관련 보고만은 예외였다. 이 날 대통령은 오찬과 오후 회의 참석 등 2건의 공식일정밖에 없었지만 감사원의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보고는 서면보고로 이뤄졌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 대한 서면보고가 큰 문제였는데 이제는 세월호 감사결과까지 서면으로 보고받았다"면서 "대통령이 세월호의 시옷 자도 듣기 싫어하셨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감사원은 그동안 감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시보고시 대면보고를 관례로 삼아왔다"면서 "서면으로 보고할 거라면 독립성 저해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대통령에게 수시보고할 필요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올해 대통령에게 2차례에 걸친 수시보고에서 총 11건을 보고했다. 이 중 2건을 제외한 9건이 감사결과 확정전이었다. 세월호 감사결과는 언론에 공개하기 나흘 전 청와대에 보고됐다.
감사원의 수시보고 외에도 감사관의 청와대 파견 역시 감사원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용주 의원(국민의당·전남여수갑)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와대에 파견한 감사원 소속 감사관은 총 19명으로 현재 7명이 파견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견 이후 복귀한 감사관 12명 중 1년 이내에 승진한 감사관은 7명(58%)에 달했다.
이 의원은 "감사원 소속 감사관의 청와대 파견은 감사원이 추구해야 할 독립성과 공정성, 중립성 확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감사관은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감사관 본연의 역할과 무관한 외부기관 파견 근무는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