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늘어난 세금·4대보험료 카드결제
3년새 3.5%→11.2%로
올 1~9월 59조원 넘어
작년 한해분의 1.7배
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체 카드 승인금액 중에서 공과금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3년만 해도 3.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3%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 9개월간 11.2%로 불어났다. 3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비중이 3.1배로 확대된 셈이다.
공과금 서비스는 국세와 지방세, 4대 보험료(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가 포함돼 있다. 한달 평균 공과금 서비스 카드납부액도 2013년 1조5800억원, 2014년 1조8800억원에서 2015년 3조8600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난 뒤 올해엔 6조5700억원으로 지난해의 1.7배 수준으로 덩치를 키웠다.
연간 총액으로는 2014년 2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6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1~9월 총액은 5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공과금 서비스 결제액을 넘어서 더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종합소득세 납부의 달인 5월에는 공과금 서비스 카드승인액이 9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재산세 1차분 납부 달인 7월과 주민세를 내는 8월에도 각각 7조3000억원과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공과금 카드결제가 급증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2014년 하반기부터 4대보험의 카드납부를 순차적으로 허용했고, 지난해 1월부터는 기존 1000만원이었던 국세 카드납부 한도를 폐지했다.
국세는 납세자가 0.8%의 수수료를 직접 부담해야 하지만 일시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할 때 카드결제를 통해 한달 가량의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카드를 긁어 세금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방세는 카드수수료를 납세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기 때문에 카드결제 유인이 더 높다. 또 카드 포인트로 세금 일부를 낼 수도 있어 사실상의 세금 할인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공과금 카드결제 시장은 법인카드를 중심으로 대폭 확대됐다. 올 1~9월 공과금 카드결제액 59조1000억원 가운데 77.2%인 45조6000억원이 법인카드로 이뤄졌다. 정채중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카드납부 한도가 풀리면서 현금유동성이 빡빡한 개인사업자들이 현금운용에 여유를 갖기 위해 카드결제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공과금 카드결제 시장을 겨냥해 무이자 할부와 할인, 캐시백 등의 혜택을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점도 카드납부가 늘어나는 요인이다.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전월에 일정금액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데, 어차피 내야할 돈이라면 카드로 긁도록 하는 유인효과가 있다.
카드사들은 공과금 카드결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앞세우고 있다. 대부분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일부 카드사들은 캐시백 혜택까지 제시한다.
KB국민카드의 직장인보너스체크카드는 전월 이용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소득공제 항목에서 제외하는 국세와 지방세를 건당 10만원 이상 결제할 때 7000원을 환급해 준다. 또 4대 보험료도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2000원을 환급해 준다.
우리카드는 재산세 납부의 달인 5월과 9월에 체크카드로 세금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5000원, 30만원 이상 결제 땐 1만원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재산세와 지방소득세, 주민세, 취등록세 등 모든 지방세가 적용대상이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공과금 서비스 카드결제 시장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5조4770억원으로 가장 큰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어 우리카드(4조530억원), 삼성카드 (2조4750억원), KB국민카드(2조4270억원) 순이다. 정 연구원은 "국세청이 걷는 세금이 무작정 늘어날 수 없어 일정한 시점에 가면 한계가 오겠지만, 당분간은 공과금 서비스의 카드결제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