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공공기관도 예외일 수 없어
'낙하산'으로 감시시스템 민간기업보다도 허술
"감사·비상임이사 자격요건 강화하고 역할 높여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지역본부에서 등기소송 담당자로 근무하던 G씨는 지난해 공탁금 3억5000만원을 횡령해 자신의 채무를 갚는데 썼다가 뒤늦게 감사원으로부터 적발됐다. G씨는 법인인감도장을 상급자 몰래 무단으로 날인하는 수법으로 허위의 공탁금 출급·회수 청구서와 위임장을 작성해 공탁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회계부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공적인 목적을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공공기관이지만 허술한 감시망을 틈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계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올 3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분야 회계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공공기관 직원이 회사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하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예산편성 및 집행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조달물품 구매대금으로 사용한 것처럼 꾸며 회사돈을 친구의 사업자금으로 빌려주었다. 이런 방식으로 빼돌린 돈이 5년간 12억원이 넘었다.
또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는 직원이 법원 공탁금 677만원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일이 있었고,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파견 나간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은 계약직원들의 소득세 등 급여 공제분과 관서운영비를 19회에 걸쳐 4400만원 넘게 몰래 빼내 개인적으로 썼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공공기관도 회계부정에서 예외일 수 없지만 감시시스템은 민간기업보다도 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감사나 사외이사로 내려오면서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실제 공공기관 사외이사 인선기준을 보면 민간기업보다 허술하다. 민간기업의 경우 상법에서 사외이사의 자격요건과 선임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외이사 선임 결격사유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에서 사외이사를 규정하는 내용은 2개에 불과하다. 자격요건도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처럼 모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렇다보니 공공기관에는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들이 넘쳐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평균 사외이사 수는 8.5명으로 민간기업 평균 사외이사 수 2.36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또 공공기관 사외이사 가운데 직무관련성이 없는 인사 비중은 8.47%, 공기업의 경우는 33.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하산 인사로 공공기관의 사외이사 수는 많지만 정작 경영과 회계를 감시할 수 있는 전문성은 떨어지는 모습이다.
감사도 마찬가지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들어 새로 임명되거나 연임된 공공기관 감사 169명 가운데 39.1%인 66명이 직무능력이나 전문성과 관계없이 정치권력과 연관성으로 인해 임명된 인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공공연구원 김 철 연구실장은 "낙하산 인사로 인해 공공기관 감사시스템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감사와 비상임이사 등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제대로 감시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회계부정 감시망을 다시 세우자│③ 회계투명성 확보는 기업내부로부터] '유명무실' 감사위원회부터 제대로 기능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