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항쟁,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쓴다

2016-12-05 11:05:17 게재

주춤하던 정치권 압박해 '탄핵시계' 다시 돌려

1~6차 644만명 참여 … "국민을 믿고 따라오라"

평일도 촛불 … 탄핵 표결 후 10일 대규모 집회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촛불이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 쓰고 있다.

1~6차에 이르기까지 연인원 644만명이 참여한 '촛불항쟁'은 버티기에 돌입했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부족하나마 '퇴진' 이야기를 끌어냈고, 주춤했던 정치권을 압박해 새누리당 비주류를 탄핵참여로 되돌려 잠시 멈췄던 탄핵시계를 다시 돌아가게 했다. 전문가들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역사의 고비마다 등장했던 광장의 시민처럼 이번 촛불민심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3일 6차 촛불집회에는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을 상징하는 416개의 횃불 퍼포먼스가 등장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말에 반발해 일부 지역에서 등장했던 횃불 시위는 다양한 횃불 퍼포먼스로 진화해 '꺼지지 않는 민심'을 상징하고 있다. 남준기 기자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170만명(경찰 추산 32만명)이, 전국적으로는 32개 지역에서 232만명(경찰 추산 43만명)이 모였다. 이는 1987년 6월 항쟁 때 가장 많이 모였던 100만명(전국 기준)의 2배가 넘는 수치다.

10월 29일부터 시작해 3일 6차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전체 참여 인원을 집계하면 644만명이라는 대기록이 나온다. 매주 참여하는 인원도 적지 않아 중복 집계된 사람도 물론 많겠지만 6차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처음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시민을 만나기 어렵지 않았다. 매주 사상 최대를 경신하는 근저에는 수치로는 표현되지 않을 만큼 촛불광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민심이 여전히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3일 광장에 모인 232만개 촛불의 민심은 두 가지로 모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명예퇴진 바라지 말고 즉각 내려와라', 국회에는 '국민을 믿고 당신들의 의무(탄핵)를 이행하라'였다.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한 이홍석(41·경기 남양주)씨는 "사람이 더 많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정치권이 자기 잇속만 따지고 있어서 이러다 탄핵이 안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 원하는 대로 당장 그만둬야 하고 (탄핵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훈(40·서울 반포) 씨는 "이렇게 국민들이 나와서 외치는데 국회가 제대로 탄핵하지 않는다면 다음 번에는 국회로 가서 외칠 것"이라면서 "정치권은 지금 자기계산을 할 때가 아니라 국민을 믿고 따라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대규모의 인원이 나오는데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촛불집회 소식을 듣고 세계적으로 NGO나 활동가들이 연락을 해 올 정도"라면서 "촛불집회는 세계적으로도 대기록이고, 전국민적인 항쟁이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2일 참여사회연구소 토론회에서 "촛불집회는 단순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라기보다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시민을 배제해 버려온 데 대한 저항이기도 하고 삶의 터전을 완전히 빼앗아 버린 데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이날 주말 집회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했다. 경찰과 시위대간 큰 충돌은 없었고 연행자도 나오지 않았다.

퇴진행동도 6차 촛불집회 다음 날인 4일 성명을 내고 "3일 촛불집회는 여야가 합의하는 명예로운 퇴진이나 시간을 벌어주는 질서있는 퇴진은 있을 수 없으며 즉각 퇴진만이 시민들의 명령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흔들린 것은 정치적 셈법을 따진 이들이었을 뿐 시민들은 굳건했다"고 평가했다.

퇴진행동은 여세를 몰아 5일부터 이달 말까지 평일에도 매일 촛불집회를 열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와 200m 거리에 있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압박 범위도 국회와 재벌 등으로 넓힌다. 퇴진행동은 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국회 안의 의원님들, 재벌이 두렵다면 정계를 떠나시오'라는 제목을 걸고 투쟁 계획을 발표한다. 퇴진행동 소속 민주노총도 같은 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벌 회장 국정조사' 관련 피켓팅 시위를 벌인다. 이후 '박근혜와 공범 재벌 처벌·전경련 해체' 기자회견을 연 뒤 오후에는 전경련 앞에서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회 탄핵 표결 다음날인 10일에는 대규모 7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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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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