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신년 인터뷰│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
'책읽는 송파' 완결판은 '책 박물관'
4년만에 지역사회 정착 "도시 품격 높였다"
강남권 첫 안전마을에 교통안전종합체험관
"요즘 세상이 혼란스럽고 어렵지만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면 더 힘들잖아요. 주민들 만날 때마다, 직원들한테도 '지호락'(知好樂)을 얘기해요.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아하고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죠."
박춘희(사진) 서울 송파구청장은 "올해 들어 공자의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지호락'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른바 긍정의 힘이다. 지호락이라는 문구도 통상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해석하는데 그는 긍정적 의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하기 싫은 일, 내 수준에 맞지 않는 일,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도 있다"며 "스스로도 지호락을 되뇌다 보면 상승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긍정의 힘을 북돋우는 또 하나는 인문고전 읽기. 명절 전 주말에 시간이 나서 유득공의 '발해고'를 떼고 이율곡의 '성학집요'를 넘기기 시작했다. 박 구청장은 "어려서부터 인문고전 읽는 습관을 익히면 천재도 된다고 하는데 천재까지는 아니라도 달라지는 걸 느낀다"며 "주말이 기다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인문고전을 통한 창의적 변화와 지혜,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바꾸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주변에도 적극 권한다. 가까이 있는 직원들이 우선 대상이 된다. 감명깊게 읽은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팀장 이상 간부들에게 요구한 적도 있다. 과장 국장까지 300여명이 쓴 글을 평가, 우수작을 뽑아 시상을 했다. 그는 "외국 출장길 비행기 타는 시간을 활용해 전체를 직접 읽었다"며 "좋은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돌이켰다.
논어에 나오는 문구나 인문고전은 공직사회나 주민들에게 '뜬금없는' 화제는 아니다. 2012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 지역사회에 정착된 '책 읽는 송파' 덕분이다. 박 구청장은 "요즘은 주민들이 먼저 좋은 책을 권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사업 인지도가 높다"며 "도시 품격을 한층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는 "주민들 96.6%가 지역에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답변할 정도"라며 "올해는 책 읽는 송파 완결판이 될 책 박물관 건립으로 주민 자부심을 한층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책 읽는 송파의 또다른 축은 안전도시다. 마천역 일대 안전마을과 교통종합안전체험장이 대표 사업이다. 마천역 일대는 강남 3구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 안전마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곳. 좁은 미로같은 골목길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주택가에 안전시설이 부족해 화재와 범죄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경찰, 주민, 학교, 학부모와 손잡고 안전지도를 만들었고 야간 지역순회로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험요소를 찾았다. 박 구청장은 "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 실정에 맞는 안전 환경을 조성 중"이라며 "주민협의체를 꾸려 재난과 사고, 범죄에서 안전한 마을을 만들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교통종합안전체험장은 천마근린공원 내 어린이안전교육관에 항공 철도 선박 등 대형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시설을 더해 상반기 중에 새롭게 선보인다. 어린이는 물론 보호자와 일반 시민까지 대형 교통수단별로 특화된 체험교육이 가능하다.
이밖에 석촌호수 명소화, 잠실관광특구 관광벨트화 등 굵직굵직한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낼 참이다. 지난 11일부터 '송파의 행복을 이야기 합니다'를 주제로 주민들과 만나 사업 진척 정도를 들려주고 지역 미래와 연계된 개발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구청장은 "직원들 노력은 물론 주민과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며 "한분 한분과 교감하는 적극적인 소통행정으로 도시 품격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