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과제는 행정절차 민주화

2017-02-24 11:13:28 게재

"의사결정구조 재설계, 갈등 사전 예방해야"

갈등학회 '공공부문 일하는 방식' 개선제안

국정공백과 함께 사회 전체가 극도로 분열·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공성·신뢰를 회복하려면 정치행정체제를 정상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기관간 혹은 정부와 주민간, 지역간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구조 즉 행정절차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광구(한국갈등학회 편집이사)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24일 '한국갈등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차기정부 갈등관리 방안' 주제발제를 통해 "신뢰 회복, 공공성 회복, 정당성 회복을 위해 상식적이고 건강한 정치행정체제 구축,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이게 마련인 분열과 대립 갈등을 정치행정과정에서 생산적·협력적으로 풀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사회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2위이며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대 246조원에 달한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만 해도 사드배치나 국정교과서 편찬을 비롯해 대구 광주와 경기도 수원에 있는 군공항 이전, 서울 용산과 대전 서구 화상경마장, 경남 밀양 송전탑 등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이나 지방재정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 충간소음이나 애완동물로 인한 이웃분쟁까지 분야·지역을 가리지 않고 각종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이 증폭된 뒤에야 수습에 나서는 지금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잠식뿐 아니라 정부 권위 실추와 공공에 대한 신뢰 하락,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불신, 정권 실패로까지 이어진다. 김광구 교수는 "생활 속에서 (주민) 참여기회를 확대해 행정과정의 민주화를 강화하고 정부와 공무원 일하는 방식을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기정부가 성공하려면 갈등관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정부의사결정구조 행정절차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제도를 바꾸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관료나 국책연구기관 전문가 등이 계획을 수립하기 전부터 이해관계자 참여를 보장하고 계획수립 이후나 공고 공람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이해관계가 발생하면 다시 이전단계부터 진행하는 형태다. 민선 5기 이후 지방정부에서 확산시켜온 주민참여와 협치를 법제도로 보완하는 셈이다. 김광구 교수는 정부와 관료는 정책생산자나 정답제시전문가가 아니라 정책과정 설계자이자 정답을 찾는 방법에서 전문가여야 한다"며 "공무원들이 갈등을 직접 중재하기보다 갈등지역에 전문가를 파견해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차기정부 과제와 함께 중앙정부에 앞서 갈등관리 전담부서를 도입한 서울시 갈등관리 사례와 구룡마을 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 갈등, 사회복지공무원 역할갈등 등 갈등사례에 대한 전반적 논의가 이어졌다. 이선우(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갈등학회 회장은 "2007년 '공공기관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시행됐지만 사회갈등은 오히려 증가하고 갈등관리 주체도 모호하며 제도적 기반도 충분치 않다"며 "특히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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