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올린 농심 주가 '뚝' … 동결 가닥 오뚜기 주가 '쑥'
눈앞 이익보다 착한 경영 더 선호
장기적으론 오뚜기 라면MS 확대
라면값을 올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당장 라면회사 주가 향방을 바꿔 놓았다.
23일 증시에서 라면업계 1위 농심 주가는 33만9000원에서 31만6000원으로 6.78%(2만3000원) 급락했다.
농심은 지난해말 전격적으로 라면값을 평균 5.5% 인상했다.
농심 입장에서 보면, 라면값 인상은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가엔 분명 호재다. 그런데 라면값 인상 발표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라면값 인상 문제가 다시 도드라졌고 주가를 급하게 끌어 내렸다.
라면업계 2위 오뚜기의 배신 탓이다. 오뚜기는 최근 내부회의를 통해 올해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오뚜기의 가격 동결은 2008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농심과는 전혀 다른 가격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
라면값 동결 발표 다음날인 23일 오뚜기 주가는 72만4000원에서 74만9000원으로 3.45%(2만5000원) 올랐다. 농심과는 극명하게 엇갈린 주가 행보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이날만큼은 단기 이익증가라는 재료보다 장기적으로 시정 점유율을 확대하는 '착한경영'에 베팅을 했다는 얘기다.
증권가는 두 라면회사 가격정책만 보면 농심의 이익증가보다 오뚜기의 가격 인상 반사이익이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뚜기가 가격을 동결한 것은 단기적인 이익 증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이미지 개선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농심은 오뚜기의 라면값 동결로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
이 연구원은 "오뚜기가 가격 동결로 프로모션(판매촉진정책)을 약화시키면 라면 가격 괴리가 더 벌어져 농심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면서 "오뚜기가 프로모션을 유지 또는 강화하면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라면값 인상으로 300억원 안팎의 추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는 농심은 이 부분이 이미 주가에 미리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경쟁사인 오뚜기가 라면값을 내린 탓에 주가가 일시 타격을 받았지만 펀더멘털 자체는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