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성시대…금융위원장에 환경장관까지 이례적 발탁

2024-07-05 13:00:05 게재

현재 기재부 출신 장관급만 7명 … 윤석열정부 2기 경제팀 기재부가 장악

“기재부, 평소 부처 총괄·조정 업무로 훈련” … "전문성 미흡" 평가 엇갈려

말 그대로 ‘기획재정부 전성시대’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금융위원장 후보에 김병환 기재부 제1차관, 환경부 장관 후보에 김완섭 전 기재부 제2차관을 각각 지명했다. 두 사람 모두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관료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2기 경제팀 장관급 가운데 7명이 기재부 출신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정무직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정진석 비서실장 오른쪽부터 신임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금융위원장 후보자 김병환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1기 경제팀도 기재부 출신 많아 =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있다. 여기에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기재부 출신 장관급만 모두 7명이 된다.

윤 정부 초대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기재부 출신에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대기 전 실장이었다. 직전 경제부총리 역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기재부 출신이다.

차관급으로 넓히면 기재부 출신 인사는 더 많다다. 우선 차관급으로 분류되는 박춘석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있다. 기재부 산하 4대 외청 중 국세청을 뺀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은 기재부 출신인 이형일 통계청장과 임기근 조달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등이 수장으로 있다. 윤정부 초대 내각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차관 등애 기재부 출신이 다수 발탁됐다.

◆왜 기재부 출신 선호할까 = 기재부 출신 인사 중용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주요 보직을 다수 차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당시 경제금융비서관 출신이다. 박근혜정부 당시인 지난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가 기재부 수장으로 오면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장·차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부총리 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16년 초에는 18개 중앙부처 장관급 중에 4자리를 기재부 출신이 차지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로 집권 3년 차를 맞은 가운데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다시 한번 주요 보직에 전면 배치된 셈이다.

정부부처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거시경제를 다루는 기재부는 평소업무 자체가 부처 간 업무를 총괄·조정한 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기재부 출신이 어느 부처든 장차관으로 나갈 훈련이 되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만큼 전문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비판적 시각도 있다.

◆최연소 금융위원장 발탁 =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금융위원장과 환경부 장관에 김병환 기재부 1차관과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을 내정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재부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정통 기재부 관료다. 거시경제와 금융 전반에 밝은 정책통으로 꼽힌다.

197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다. 특히 현 김주현 금융위원장(66)과 13살 차이가 날 정도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경우 최연소 금융위원장으로 올라선다. 또 행시 37회로 최초의 30회대 행정고시 출신 금융위원장으로도 기록된다. 현재 금융위원장인 김주현(25회)을 비롯해 이전 금융위원장인 고승범(28회), 은성수(27회) 등은 모두 행정고시 20회대 출신이다. 그는 윤 대통령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된 뒤 초고속 승진의 길을 걸었다. 윤 정부 출범 때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기재부 1차관에 임명된 지 10개월 만에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기재부 제1차관이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것은 지난 2013년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이후 처음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호흡도 잘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원장도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인 1972년생이다. 김 후보자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다. 평소 사석에서는 ‘형, 선배’로 부를 정도로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바통을 넘겨받을 김완섭 후보자 발탁도 이례적이다. 기재부 출신이 환경부 장관에 오른 것은 박근혜정부 조경규 전 환경부 장관 이후 8년 만이다. 김 후보자는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재부에서 재정성과심의관, 부총리 비서실장, 예산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예산·재정 전문가로 분류되는 김 후보자는 지난해 7월 기재부 제2차관으로 승진한 뒤 올해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강원 원주을에 출마했다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