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 호조에 삼성전자 실적 날았다
D램·낸드가격 동반상승 … 하반기 범용 D램 공급부족 심화 가능성
삼성전자가 2분기 깜짝실적을 기록한 것은 메모리가격 상승으로 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52.2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8조원대 영업이익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5일 실적공시에서 부문별 실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업이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이익 확대가 대부분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
실제 지난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크게 올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전체 D램과 낸드 가격은 각각 13~18%, 15~20% 상승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2조1000억~2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이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지며 수익성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애플 등 주력 고객사의 판매 호조로 7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부도 에어컨 성수기 효과 등으로 5000억~7000억원 수준을 벌어들인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공격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캐파(생산능력) 증설에 따른 범용 D램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고용량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증가하며 메모리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호조에 힘임어 3분기 더욱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관련 시장조사업체들도 하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전반적인 소비자 D램 시장은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지만, 3대 주요 공급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 압박으로 인해 가격을 인상할 의향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각각 8~13%,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BM 수요 증가로 HBM의 D램 캐파 잠식 현상이 커지면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심해질 수 있다”며 “경쟁사들이 2023년에 설비투자(캐펙스·CAPEX)를 줄였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웨이퍼 캐파 경쟁력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4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취임 후 한달여만에 ‘HBM 개발팀’ 신설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쟁사에 비해 뒤쳐졌다고 평가받고 있는 HBM 기술 리더십을 되찾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신임 HBM 개발팀장은 고성능 D램 제품 설계 전문가인 손영수 부사장이 맡았다.
HBM 개발팀 신설과 함께 어드밴스드 패키징(AVP) 개발팀과 설비기술연구소도 재편한다.
기존의 AVP 사업팀을 재편한 AVP 개발팀은 전영현 부문장 직속으로 배치됐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첨단 패키지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