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올해도 ‘졸속 심의’하나
사용자위원 불참 속 ‘반쪽’ 회의
법정 고시 기한이 앞으로 한달정도 남은 가운데 4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8차 전원회의가 사용자위원 전원이 빠진 ‘반쪽’ 회의로 별 성과없이 끝났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8차 회의엔 총 27명의 최저임금위원 중 사용자위원 9명을 제외하고 근로자 위원과 공익위원 각 9명만 출석했다. 앞서 2일 열린 7차 전원회의에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일부가 ‘업종별 차등 적용’ 표결에 반대하며 최임위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고 배포 중인 투표용지를 찢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일 사용자위원들은 별도 논의를 거쳐 “항의차원에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등 주요사항을 의결하기 위해선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의결을 위해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1/3 이상이 출석해야만 한다. 결국 8차 전원회의는 모두발언을 제외하곤 사실상 아무런 논의도 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사용자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위원회 진행 과정이나 결정에 아쉬움 있을 수 있으나 심의 기한이 임박한 점을 감안해 정상적 운영을 위해 (사용자위원들의) 결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표결 과정에서 일어난 일부 노동자위원들의 표결 저지 행동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한 측면이 있기에 노동자위원 운영위원의 한사람으로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사용자위원들을 향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노심초사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생각하시어 조속한 복귀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표결) 상황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민주적 절차 진행을 훼손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정부를 향해 “이번 사태는 최저임금 제도 근간을 흔들고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인 내년 최저임금 인상액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9일 열리는 9차 회의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사용자위원들이 9차 회의도 보이콧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저임금법상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의결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법이 정한 내년 최저임금 고시 시점은 8월 5일이다. 고시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고려할 때 7월 중순이 최저임금 결정의 실질적인 마지노선이다. 역대 최장 심의를 기록한 지난해의 경우 7월 19일에 최종 결정됐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