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스마트폰·TV 이용 도감청 의혹
위키리크스, 비밀문건 폭로
정보화사회 기반 무너뜨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소비자가전제품을 원격조정해 무차별 불법 도감청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폭로됐다. 또 악성코드를 통해 러시아 등 적국의 사이버공격처럼 보이도록 사건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기능이 들어간 첨단 자동차까지 손댈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불법으로 도감청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신빙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폭로전문매체인 위키리크스는 7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소재한 CIA본부 사이버정보센터가 생산한 8761건의 비밀문서 중 일부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CIA는 '위핑 에인절'(Weeping Angel·울고 있는 천사)이라는 해킹기술을 통해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삼성의 스마트TV 등 소비자가전제품을 도청장치로 전환해 활용하고 있다.
CIA의 EDB(임베디드디바이스팀)이 개발한 위핑 에인절 기술은 스마트TV나 스마트폰에 침투한 뒤 '페이크오프'(Fake-Off) 기능을 설정한다. 실제로는 TV가 켜져 있지만, 사용자가 보기에 꺼져 있는 것처럼 믿게 만드는 기능이다. 페이크오프 기능이 작동하면서 스마트TV나 스마트폰은 해당 공간 내 소리나 대화를 녹음한 뒤 인터넷을 통해 CIA로 전송한다.
이번 폭로를 주도한 인물은 '킴닷컴'(Kim Dotcom)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 계정이다. 킴닷컴은 트위터에서 "CIA는 스마트TV와 아이폰, 게임콘솔, 기타 소비자 가전제품을 도청기로 바꿀 수 있다"며 "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프로그램이 깔린 모든 컴퓨터에 업데이트를 가장해 스파이웨어를 심어 정보를 뺐다 넣었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키측은 "이번 폭로문건은 CIA 사이버정보센터의 내부 네트워크에서 입수했다"며 "문서에 찍힌 CIA의 직인으로 미뤄보면 이번 폭로가 다루고 있는 사건은 2013~2016년에 일어난 일들"이라고 밝혔다.
이번 문서의 생산자는 CIA 사이버정보센터 내 EDG(엔지니어링 개발그룹) 산하의 AED(응용엔지니어링부서)로, OSB(운영지원팀) EDB(임베디드디바이스팀) AIB(임플란트자동화팀) RDB(원격개발팀) MDB(모바일개발팀) NDB(네트워크디바이스팀) 등을 하위부서로 두고 있다.
CIA는 스마트폰 등 최첨단 기기는 물론 시그널과 와츠앱, 텔레그램 등 SNS 메시징 프로그램의 암호를 우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의 이번 폭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정보화사회의 신뢰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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