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협진사업 대폭확대 필요"

2017-04-24 10:06:30 게재

협진 치료효과 세계의학계 인정 … 복지부, 13곳 병원만 시범사업 추진 중

환자의 보다 빠른 건강회복을 위해 양한방 협진(통합 진료 포함)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양한방협진의 치료효과는 세계 유수 의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한방협진제도는 2010년 도입됐다. 하지만 그간 병원의 협진 참여율은 4.6%(2015년 3205개 중 148개)로 낮은 가운데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진행되는 곳도 무늬만 협진이지 협력이 잘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협진절차는 복잡한데 건강보험 적용은 제한적이고 경제적 유인은낮은데다 의료계 내부의 불신과 갈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진행하는 병원이 13곳에 불과해 그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기철 전인병원장(의사·신부)은 23일 "의사 한의사들이 서로의 의학 성과를 인정하고 환자의 건강회복을 위해 협력하는 진료문화가 필요하고 정부는 이에 따른 제도 개선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희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한의학과 의학의 높은 기술적 물적 인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미비로 통합의료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환자중심의 통합의료로 나가는 것은 세계의료시장의 추세"라며 "지금이라도 양한방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양의학만으로 수명 늘리는데 한계 = 세계 유수 의학계는 이미 동서의학 협진이나 통합진료를 추구하고 있다. 대형제약사가 중심이 된 서양의약 연구의 한계 등으로 동양의학은 좋은 협진 파트너로 인정되고 있다.

스테픈 로즌펠드 미국 보건성 전문위원 겸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31일 한국 국회서 열린 '글로벌 임상연구 정상회의 2017'에서 "미국은 지난 20년간 1인당 의료비지출이 국내총생산에서 17%대까지 비중이 높아졌지만 수명을 늘리지 못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했다"며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통합의료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서양의학은 외과수술, 감염병, 백신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이뤘지만 앞으로는 동양의학(한의학)과의 융합을 통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인체 내의 조화와 내적 상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암치료에 있어 암의 신생혈관을 억제하고 항암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는 한약 처방, 침, 약침, 온열요법의 성과를 인정하는 미국 의학계의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세계적인 암 전문의료기관인 존스홉킨스, 메모리얼슬론 커터링, 엠디엔더슨 등은 기관 암센터 홈페이지에 한방치료가 '통증 자가면역질환 인지장애 피부질환 피로 소화기질환 부인과질환 난임 불면 근골격계질환 신경학적 질환 호흡기질환 등에' '오심 구역 안면홍조 숨참 피로 통증 불안 신경질환 관절질환 구강건조 림프부종 등에' 효과적이라고 명시했다.

국내 양한방협진에 의한 대외적인 성과들도 많다. 통합의료진흥원은 전이유방암 치료하는 항에스트로겐인 타목시펜과 한약 자음강화탕을 같이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줄고 독성도 줄인다는 연구 성과를 냈다. 미국조지타운대에 동일한 한약을 보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뿐만아니라 타목시펜으로 발생하는 자궁내막염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도 확인했다. 통합의료진흥원은 국내 통합의료 전문의료기관인 전인병원(대구)을 운영하고 있다.

한방암치료방식이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베스트케이스 시스리즈 프로그램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유화승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는 대한통합암학회 2016년 대국민강좌에서 "한약을 중심으로 하는 치료프로그램이 환자의 장기 생존율에 도움을 주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객관적인 기관의 검증을 받기 위해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한의 치료만으로도 폐암, 자궁내막암, 간암, 대장암 등에 대한 치료효과를 객관적인 설득력을 갖추고 있음을 반증한다.

공신력 있는 제도로 지원 강화해야 = 이렇게 양한방협진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가 있음에도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에서는 아직도 제도추진이 더디고 부족하다.

복지부가 지난해 7월 15일부터 13개 의료기관에 대해 한양방협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전국 150여 곳의 의료기관에서 양한방협진을 표방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협진을 잘 이뤄지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한양방 협진사업이 공적제도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더욱이 시범사업을 진행함에 있지만 약제의 경우 여전히 양한방 약제 한 쪽만 급여로 인정되는 한계가 있다. 동시 약제 사용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중국 뿐만아니라 독일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양한방협진이 환자의 건강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제도개선이 미진하다"며 "전체 의료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환자중심의 협진체계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2019년 하반기까지 진행한다. 올해 하반기 시작되는 2단계에서 시범사업기관이 추가로 확대되고 협진병원 인증기준도 마련해 시범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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