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701명 무슨 차 타나
부총리·수석·장관 8명, 수입차 소유
차량 3대 이상 소유 공직자 41명
'그랜저' 1위 … 벤츠 ·BMW 선호
정부가 지난달 23일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중앙부처 및 공직유관단체) 701명은 983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보유 비중은 10%에 육박했다.
내일신문이 25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 중 차량 보유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위공직자의 대형차 선호가 뚜렷했다.
고위공직자 701명은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차량 983대(1인당 1.4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고위공직자는 41명(4.2%)에 불과했다. 38.2%(381명)가 1대의 차량을 보유했고, 24.2%(238명)가 차량 2대를 갖고 있었다. 3대를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는 38명, 4대 보유한 고위공직자도 3명 있었다.
재산공개 대상자 소속과 직위 등은 지난해 연말 기준이다. 차량 보유실태는 지난해 연말을 기준 시점이라고 보면 된다. 한 공직자가 가족 명의로 등록한 차량의 연식과 배기량, 모델이 같은 경우 차량 1대로 계산했다. 사고 이력이 있어 보험료 절감 등을 이유로 가족간 공동소유한 차량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해외 근무중 차량을 구입한 경우는 본 모델로 분류했다. '아제라'(그랜저 수출명) 카덴자(K7 )아만티(오피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랜저 181대 등록 = 고위공무원이 가장 선호하는 차량은 '그랜저'였다. 하이브리드와 파생 모델 등을 모두 포함해 181대가 등록됐다.
다음으로는 쏘나타(106대), 제네시스(96대), SM5(75대), 아반떼(54대) 순으로 집계됐다 . 차량 연식(구입시기)을 비교해 본 결과 2010년 이전에는 그랜저, 2010년 이후에는 제네시스 구입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브랜드별로는 현대 기아 르노삼성 순으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자들은 비교적 고가인 수입차나 준대형 및 대형 차량을 450대 여대 등록했다. 이에 반해 친환경차(15대)나 경차(28대) 등록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공직사회의 차량 보유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가장 오래된 차량을 보유한 것은 이중구 경찰교육원장이다. 이 원장은 1994년식 세피아(1498cc)를 신고했다. 차량 사고 내용을 신고한 경우도 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제네시스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K7으로 차량을 바꿨다. 김 총장은 '2009년식 제네시스를 갖고 있었는데 급발진사고로 폐차했다'고 차량 변경사유를 꼼꼼히 기재했다.
◆수입차 교육부가 가장 많아 =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고위공직자의 수입차 보유도 많았다.
친환경차는 외면하면서 수입차는 10대 중 1대 꼴로 보유하고 있었다. 부처별로는 교육부(14대) 보건복지부(9대) 국토교통부(8대) 순으로 많았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각각 본인 명의 '528i'(BMW) '컴패스'(지프)를 갖고 있었다.
이준식 교육부총리 겸 장관과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각각 가족 명의의 'E350쿠페'(벤츠), '미니쿠퍼'(미니) 'ES'(렉서스) 를 갖고 있었다. 김동극 인사혁신처장도 가족 명의로 '캠리'(도요타)를 등록했다.
고위직들은 수입차나 고가차량을 가족명의로 등록하기도 했다. 아예 본인 명의로 신고한 '소신파'도 있었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수입차 보유도 눈에 띄었다. 청와대 수석중에는 김규현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현대원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 각각 '캠리'(도요타)와 'ES350'(렉서스)을 신고했다.
2대 이상 수입차를 보유한 고위직도 있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본인과 가족명의로 3대의 수입차를 등록했다. 부처 공무원보다는 공기업이나 유관단체 기관장이 2대의 수입차를 등록한 경우가 많았다. 일부 공직자는 차량명을 공개하지 않고 브랜드만 노출한 경우도 있었다. 또 중형승용차 등 모호한 표현으로 수입차 보유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 차량 보유 실태는 집계 내용과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재산공개에서 가족 차량을 누락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40억대 이상 자산을 신고하고 실제 차량 보유는 한대도 없다고 한 경우도 있었다.
중앙부처 총무담당 한 공무원은 "차량 보유행태가 다양해지면서 실제 차량을 구입하지 않고 렌터카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리스나 렌터카 등으로 차량을 운용하면서 재산 공개를 피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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