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가뭄, 농업 위기로 내몬다

2017-06-28 10:48:25 게재

농진청, 해법찾기 고심 … 물 적게 쓰는 재배기술 보급, 모내기 시기 조절 등 영농지도

농촌진흥청이 가뭄을 극복할 농업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갈수록 가뭄이 심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지도사가 경남 함양의 가뭄이 심한 고구마 밭에서 생육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올해 강수량(15일 기준)은 187mm로 평년 345mm의 54%에 그쳤다. 기온도 올랐다. 봄철 평균기온은 12.0℃로 평년 10.8℃보다 1.2℃ 높다. 3월 평균 기온은 6.0℃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4월은 13.9℃로 1.7℃ 높았고, 5월은 17.9℃로 1.5℃ 높았다. 이에 따라 저수율은 평년 61%보다 15%포인트 낮은 46%를 기록했다.

가뭄이 반복되고, 심해지면서 국내 농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농진청이 2015년 기상청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의 연도별 강수량 예측치를 토대로 분석한 '농경지 가뭄 위험 달력'에 따르면 국내 가뭄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봄이나 가을에 가뭄 피해가 나타나는 빈도가 2010년대에는 10년 중 6년이지만 2020년대에는 9년, 2030년대에는 10년 모두로 늘어난다. 2020~30년대에 접어들면 가뭄 피해가 발생하는 평균일수도 한 해에 50일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50일 이상 가뭄이 지속되면 적절한 관개를 하지 않은 농작물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15일 기준 밭가뭄 '주의'단계에 있는 시·군은 경기 25, 충남 8, 경남 8 등 전국 70곳에 이른다. 밭가뭄 '심함' 단계는 충북 8, 전남 9, 경북 12 등 전국 45곳에 달한다. 토양의 유효수분율(작물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수분 함량비율)이 15~45%일 때 발령되는 주의단계일 때는 어린 묘 상태나 개화·결실기에 즉각 물을 대줘야 한다.

심함단계는 유효수분율이 15~45%(10일이상 지속)인 상태인데, 생육단계와 관계없이 즉각 물을 대줘야 한다. 매우 심함단계(유효수분율 15% 이하)에 이르면 대체작물을 파종하거나 작물 재배를 포기(휴경)해야 한다.

농진청은 한반도 기후변화와 가뭄확산 흐름에 따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가뭄극복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벼의 경우, 물을 적게 쓰는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모내기 시기도 한계기까지 조절하는 영농지도를 하고 있다. 모내기를 끝내야 하는 한계기는 중부 6월 25일, 남부 6월 30일이다. 물을 대줄 수 없는 지역은 콩 팥 녹두 메밀 조 가을감자 엽채류(열무, 배추) 사료작물 등 대체 밭작물을 파종할 수 있도록 영농지도를 하고 있다.

벼농사에서 물을 적게 쓰려면 이앙기에는 질소비료를 20~30% 적게 쓰고 규산질비료를 추가하면 수분증산을 억제할 수 있다.

또 마른 논에 직파(무담수직파)하는 재배법과 이앙 후 논에 물을 얕게대는 방법도 보급하고 있다. '논물 얕게대기'는 1~3cm 깊이로 논물을 채운 후 토양으로 스며들거나 자연증발로 논바닥이 보이면 다시 1~3cm로 관개하는 방법이다.

물을 절약하는 용수관리시설도 현장에 보급한다. 수위는 담수위 센서로 자동조절하고, 유량은 엘보관으로 수동조절할 수 있다. 김상남 농진청 농촌지원국장은 "이 장치를 이용해 논물을 얕게대면 농업용수 20%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밭작물은 '점적관수'나 비닐피복으로 수분증발을 억제하는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묘를 옮겨심는 정식시기를 조절해도 가뭄피해를 줄일 수 있다. 농진청은 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물관리시스템 개발(2019년까지), 가뭄에 잘 견디는 내재해성 품종개발(감자, 고구마는 2018년까지) 등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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