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추천하는 오늘의 책 │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가난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2017-07-21 10:06:49 게재
우석훈 지음 / 문예출판사 / 1만4800원

오늘날 한국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헬조선'이다. 단군 이래 가장 부유한 시대라 말하지만, 아직도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많다. 2011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한 고 최고은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켜보면서, '가난'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를 편집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점은 '더 이상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권리'라는 표현이었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도 제대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수록 국가의 복지 정책은 위축되어 왔고, 그러면 평범한 서민은 버틸 수가 없다. 실직을 하면 바로 경제적 나락에 떨어지는 지금의 사회 시스템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되지 않는다.

사회적 경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해 성장했다. 취업으로 고민하는 청년들도, 육아비와 주거비 고민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는 없는 사람들도, 너무 이른 퇴직으로 인해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한 중년층도 사회적 경제에 대해 한 번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회적 경제를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공유하는 것, 즉 공유지에 관련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아파트 협동조합이라거나 육아, 교육, 문화 활동 등도 지역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 운영하거나 하는 식의 아이디어가 힘을 얻는다. 이미 사회적 경제가 지역 경제에서 활발하게 자리 잡은 곳도 있다. 일본의 고베나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처럼, 지역 경제의 근간이 협동조합을 통해 움직이고 더 나아가 지역 경제 네트워크가 뿌리내리고 있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어느 나라보다 높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는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를 차린 많은 사람들이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글 자본주의화된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역 경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는 앞날이 막막한 우리에게 작게나마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의 지자체에서도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얼마 전 사회적 경제 지원 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아직은 풀뿌리 단계인 사회적 기업들이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사회적 기업들이 지역 경제의 바탕이 된다면 '헬조선'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최소한의 안전망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진승우 문예출판사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