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

지방자치제도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다

2017-07-24 10:39:57 게재

민선5·6기 지자체 '아래로부터 혁신' 잇따라

지방의제가 국가의제로, 선순환 효과 톡톡

최저임금보다 앞서 시급 1만원을 실현할 생활임금, 청년구직촉진수당 밑바탕이 된 청년활동지원수당, 아동수당을 13세 아동·청소년에 우선 적용하는 동행카드….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민선 5기 이후 지방자치단체에서 우선 시도한 각종 혁신정책이 중앙무대로 진출했다. 지자체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주민 맞춤형 정책을 선보였고 이웃 지자체와 중앙정부까지 공유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성년이 된 지방자치제도가 존재의 이유를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자체에서 실험을 통해 검증된 혁신정책이 중앙정부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주민센터를 복지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는 일도 그 중 하나. 박원순 서울시장과 구청장들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3단계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마을문제 해법, 정책으로 구현 = 새정부가 내각 임명과 함께 중장기 계획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대표 정책은 각 지자체가 동네 문제를 주민들 눈높이에 맞춰 푸는 과정에서 찾아진 해법이다. 5년간 50조원 투입 계획으로 '문재인 1번가'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도시재생이 대표적이다. 서울 은평구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뉴타운 광풍마저 비켜간 산동네 주거환경을 바꾸면서 거주민 정착을 돕기 위해 시작한 '두꺼비하우징'이 출발이었다. 서울시에서 지원한 10억원을 종잣돈으로 노년층이 대부분인 주민들 스스로 마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새로운 환경을 설계하도록 북돋웠고 그 과정에서 대기업이 아닌 동네 기업이 일거리를 얻고 골목경제가 활력을 얻게 됐다. 산새마을은 지금은 서울시 미래유산이자 도시재생 학습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상 최대 폭으로 인상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다시 부각된 지자체 '생활임금'은 2012년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에서 시동을 걸었다.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답게' 생활하기에는 비현실적인 수준이라는 지적에 따라 시민사회와 손잡고 근로빈곤층과 저임금노동자를 위한 새 임금체계를 설계한 것. 공공부문부터 비용절감을 이유로 한 저임금 노동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노동자 평균임금 50%에 서울지역 주거·교육비 등을 고려한 서울시 물가조정분을 반영했다. 2013년 두 지자체 환경미화 주차관리 경비 등 노동자 151명이 첫 혜택을 받았는데 2017년 현재 서울지역만 해도 서울시를 비롯해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곳까지 확대됐다. 서울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2020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에 앞서 2019년 1만원대 생활임금을 실현하겠다고 지난 17일 선언했다.

어두컴컴한 지하방에 사는 저소득 노인을 햇빛이 비치는 공간으로 이끌어낸 서울 금천구 보린주택은 청년 창업가를 위한 도전숙이나 예술가 주택 등 세대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으로, 동주민센터에 사회복지사와 함께 간호사를 상주시켜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지원하도록 한 서대문구 동 복지허브화는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로 진화했다. 민간위탁을 직영으로,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서울 자치구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서울시에 이어 중앙정부로 확대됐을 뿐 아니라 최근 서울시에서 정규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이른바 '중규직'의 정규직화 선언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지자체는 이전과 달리 중앙정부 방침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았고 힘에 부칠 때는 지자체간 협업으로 문제를 풀었다. 민선 5기 당시 서울시의회와 자치구가 힘을 합쳐 시도했던 친환경 무상급식만 해도 서울시장을 바꾸는 동시에 '보편적 복지'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성동구발 둥지내몰림 예방책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지방정부협의회를 거쳐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 추진을 이끌어냈고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아동친화도시 지방정부협의회 등이 대안경제와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제각각 시행하며 공유·확산하고 있다.

젊고 경험있는 단체장 진출 영향 = 현장에서 변화를 이끌어낸 단체장들은 소규모 실험이 가능한 지자체 특성과 젊고 유능한 단체장들 유입을 지자체 혁신과 중앙-지방간 선순환 연유로 꼽는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기초지자체는 행정실험에 가장 유효하다"며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고민하고 작은 단위로 실험하면서 주민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부작용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초지자체 정책이 새정부 정책에 다수 포함됐을 뿐 아니라 지역의제가 사회의제 국가의제로 발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지방자치 성과는 민선 5기 이후 확연하다"며 "특히 젊은 단체장들이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정책실험을 해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의제 선점에 머물지 않고 중앙정부 정책성과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도 자처했다. 대선 직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 모임인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협력방안을 고민, 시민생활과 밀접한 과제를 지자체에서 우선 실현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우영(은평구청장)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사무총장은 "중앙정부에서 주요 정책을 논의·실행할 때 기초지자체 경험이 있는 단체장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과 지방 실시간 소통으로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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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택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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