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인간적인 경제'로의 길을 찾다
협동조합의 역사와 사상, 세계 각지의 주요 사례들을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운동의 관점에서 한 권에 담은 책이 출간됐다.
책은 '경제에서 민주주의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가장 실천적으로 구현하는 모델이 협동조합이라고 소개한다. 협동조합 운동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지속성 있고 강력한 풀뿌리 운동이다. 협동조합이 민주적으로 경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인원은 세계의 다국적기업 고용 인원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약탈적금융자본주의 체제를 재구성하고 인간적으로 변화시킬 경제 모델의 열쇠라는 것이다.
협동조합 운동가이자 연구자인 저자도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를 향한 운동이 경제민주주의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흔히 알려져 있는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남미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절박한 현실 속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경제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 실천을 증언한다.
에밀리아로마냐의 노동자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간의 협동, 연합체 구축, 법률과 제도화를 통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대표 사례로 이탈리아 주요 산업부문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의 소비생활협동조합들은 지자체 선거에서 자체 후보를 140명이나 당선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공동체 위기 등 사회 현상과 맞물려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빈민여성의 생계수단이 성매매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만든 다목적협동조합 사례를 통해 어떻게 삶과 경제의 주체로 거듭나는지 보여준다,
스리랑카의 경우 농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과 공정무역의 결합으로 공정무역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 아르헨티나는 디폴트 선언 후 파산한 공장을 노동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기업이 300개가 넘는다. 공장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저자는 이 외에도 경제를 좀 더 인간적으로 바꾸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성과를 소개한다.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이란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17년 현재 85개국, 10억명 이상이 조합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정책으로 협동조합 확산을 지원하는 정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와 성과들을 쌓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현재의 사화·경제체제에서 어떤 의미와 자리를 차지할지는 아직까지 과제로 남아 있다.
저자는 책에서 좀 더 인간적인 경제를 이루기 위해 세계 협동조합 운동이 펼쳐온 경제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전 세계의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적, 실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체제를 이룩하려는 노력은 산업시대의 태동기부터 계속되어왔다. 이는 평등과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갈망이 경제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시기, 즉 자본과 유산계급의 권력이 공고해진 산업혁명기에 방향을 잃고 말았다. 저자는 자유시장 모델보다 인간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모델을 인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