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주주활동 걸림돌 '5%룰' 개선해야

2017-08-30 11:00:38 게재

주식대량보유 보고제도, 위법 우려에 활동 위축

국가재정법 개정 통해 연기금 참여도 유도해야

금융당국은 올해 초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금융개혁 현장점검을 벌이던 중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관련 건의를 받았다. 현행 자본시장법 조항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내용이다.


자본시장법 제147조는 상장회사 주식 등을 5% 이상 대량보유시 보유상황, 보유목적 등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행위'일 경우에는 상세히 보고하도록 돼 있고 단순 투자목적일 경우에는 약식보고 사안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보유목적이 '경영 참가'일 경우 보고 정보량이 많고, 보고 기한도 짧은데다가 매매와 의결권 행사도 제한된다"며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로 해서 '5% 룰'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은 '경영권과 관련해 회사나 임원에게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광범위하게 경영 참가 목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도 소극적인 주주활동으로 인해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공시부담 또는 매매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영향력 행사로 오인될 수 있는 모든 행위들을 극히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자산운용사가 운용 펀드의 보유주식과 관련해 발행 회사의 주주총회 직후 본인들이 반대한 안건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하는 서한 등을 발송하려고 했다가 그만뒀다"며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건의에 대해 금융위는 "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수용의사를 밝혔다. 금융당국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6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활동을 위한 법령해석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10가지 항목으로 열거했다.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정관의 변경 △자본금의 변경 △배당의 결정 등이다. 이 밖에 '회사나 그 임원에 대한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도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회사나 임원에게 자신의 입장을 단순히 전달·설명 또는 표명하거나 자신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영향력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단서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향후 주주제안권 또는 임시총회 소집청구권 등의 권한행사로 이어지는 전 단계로서 이뤄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라고 규정했다. 요구사항을 전달할 당시에는 주주제안권 등을 행사할 의사가 없다가 나중에 이를 행사하면 앞선 요구사항 전달 행위도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사후적으로 주주제안 등을 했다 하더라도 애초에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법률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나서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사의 배당의 결정'과 관련한 기관투자자들의 요구를 '경영 참가'로 해석하는 것 역시 문제다. 배당에 대한 주주의 요구는 재산적 이익을 위해 청구할 수 있는 기본 권리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경영 참가'의 범위를 확대해석했다. '회사의 자본금 변경' 역시 유상증자 등으로 주주의 재산권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여를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법률행위를 포함하는 경우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5%룰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경영 참가와 무관한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다른 법률적인 제약이 있는 지 좀더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원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공적 연기금이 기금자산을 운용할 때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이유를 공시하도록 했다. 자산운용지침에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고려 기준과 절차를 포함시키고 이를 조사·평가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우리나라 공적 연기금은 사회책임투자의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투자를 위한 기준과 절차를 자산운용지침에 반영함으로써 기금의 책임투자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하면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산운용사들의 참여 역시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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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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